김영미(17)양이 우간다의 7살짜리 특별한 친구, 세타베에게 보낼 편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양은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가장이지만, 매달 3만원을 세타베에게 보낸다. 세타베도 김양한테 편지를 보내온다.(아래 사진) 월드비전 제공
17살 소녀가장 김영미의 ‘특별한 3만원’
치매할머니와 사는 기초생활수급 여고생
30만원 생계비 중 10% 매달 우간다 후원
“나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 도와야죠”
치매할머니와 사는 기초생활수급 여고생
30만원 생계비 중 10% 매달 우간다 후원
“나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 도와야죠”
고교 1학년인 김영미(17·경기 광명시)양은 일흔두 살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4살 무렵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정부에서 생활비 30만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형편은 늘 어렵고 빠듯하다.
그럼에도 김양은 매달 3만원을 특별한 곳에 쓴다. 용돈 8만원에서 아끼고 아낀 3만원을 아프리카 중동부에 있는 우간다로 보낸다. 소녀가장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는 처지에 3만원은 큰 돈이다. 할머니는 30년 전부터 앓고 있는 당뇨병 후유증으로 눈과 몸이 불편한데다, 3년 전부터는 치매까지 겹쳐 김양의 시름이 깊다.
“3만원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 생각이 들지 않더냐”는 질문에 김양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앳된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그럴 때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후원을 끊으면 세타베가 밥을 굶고 다니진 않을지 너무 걱정이 됐어요.” 세타베는 김양이 용돈에서 여퉈낸 돈 3만원을 전달받는, 올해 일곱 살 난 우간다 소년이다.
김양은 중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빌려본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을 읽은 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얘기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저는 걔네처럼 배고픔에 시달려 본 적은 없잖아요. 자라면서 주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한 마음에 저도 후원자가 되고 싶었어요.”
김양은 책에서 본 구호단체인 ‘월드비전’(02-784-2004)에 전화를 걸어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자청했고, 2007년 9월 우간다의 세타베와 결연을 맺었다. 세타베는 지난 1월 “한국에 가족이 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제가 보내는 후원금이 내년엔 세타베와 그의 쌍둥이 동생 학비로 쓰인다는 게 무엇보다 뿌듯해요.” 김양 스스로도 “모르는 것을 많이 알 수 있어서” 공부를 좋아한다는 소녀다.
김양은 중학생 시절 전교 1등도 해 봤지만, 고등학교 올라와선 공부가 조금 힘들어졌다. 할머니 걱정도 겹쳐 있다. 주변 사람들 얼굴을 알아보지만, “밥을 드시고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정도로 기억력이 나빠졌다. 김양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하교 시간이 오후 5시30분으로 늦춰져 할머니를 돌볼 시간이 줄어든 것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고교 영화반에서 활동하는 김양은 나중에 대학 극작과에 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가고 싶어요. 한비야 언니처럼 구호활동도 펼치고 싶어요.”
김양은 지난해 세타베의 첫 편지를 받고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답장을 썼다. 다짐도 건넸다. “어려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고난을 통해 배웠으면 좋겠어. 아직은 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김양은 지난해 세타베의 첫 편지를 받고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답장을 썼다. 다짐도 건넸다. “어려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고난을 통해 배웠으면 좋겠어. 아직은 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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