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정현 의원 ‘통비법’ 개정안 마련
감청범위 ‘특정 사이트·전자우편’으로 한정
감청범위 ‘특정 사이트·전자우편’으로 한정
범위와 횟수에 제한이 없어 무제한 감청이 허용되고 있는 패킷 감청(인터넷 회선감청)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8일 패킷감청의 범위를 특정 인터넷 사이트나 전자우편 등으로 구체화하고, 감청 연장 횟수를 2회로 한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의원 쪽은 여야 의원의 서명을 받아 9일 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패킷 감청은 초고속 통신망을 통한 감청 수단으로 전송을 위해 잘게 쪼개진 데이터 조각인 ‘패킷’(Packet)을 중간에서 가로채 재구성함으로써 감시 대상자가 방문한 인터넷 사이트, 검색 결과, 채팅 및 전자우편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감청 기간이나 연장 횟수에 아무런 규정이 없어 장기간 감청을 통한 수사권 남용이 일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인터넷 회선에 관한 감청 허가서엔 전자우편의 내용, 접속한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인터넷 게시판 또는 대화방 등에 올린 의견, 검색한 정보목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기재해야 한다”고 감청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개정안은 패킷 감청 기간과 횟수도 엄격히 제한했다. 현행 통비법은 감청이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할 땐 2개월, 국가안보가 목적일 땐 4개월로 감청기간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의원의 개정안엔 각각 1개월과 2개월로 감청기간을 줄였다. 법에 감청연장 횟수에 관한 제한이 없는 탓에 그동안 수사기관이 무제한으로 감청허가서를 연장해왔던 감청연장 횟수도 2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사정보 기관은 감청을 통해 감청허가서에 기재되지 않은 전기통신 내용이나 범죄 수사·소추의 목적 등에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된 내용은 즉시 폐기하도록했고, 수사정보 기관장은 폐기 경위와 결과 요지를 조서로 작성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포괄영장으로 남용되고 있는 패킷 감청으로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통신내용까지 감시의 대상이 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이번 법안으로 무분별한 감청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패킷감청은 제한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패킷감청은 컴퓨터를 오가는 모든 신호를 감청하기 때문에 감청 대상자를 특정할 수 없어 재판 증거의 효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국정원이 패킷감청을 하는 것은 수사에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정호 변호사도 “국정원이 최근 범민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패킷감청을 증거물로 내놓지 않았다”며 “이는 다른 감청으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으로 굳이 패킷감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박수진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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