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처방전’ 사업 불공정거래…4억 배상 판결
케이티(KT)가 대기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벤처기업이 개척한 ‘바코드 처방전’ 시장을 빼앗으려다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최승록)는 11일, 바코드 처방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이비디(EBD)가 ‘케이티의 불공정거래로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케이티는 4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케이티는 2006년 바코드 처방전 사업에 진출하면서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던 이비디를 의식해 병원전산업체들에 ‘케이티한테 협력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법적 대응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력을 넣었다”며 “이는 거래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금액을 산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청구금액을 청구액의 30%로 제한했다.
‘바코드 처방전’이란, 병의원에서 환자에게 주는 처방전 서류 아래 사각점으로 이뤄진 2차원 바코드를 인쇄해 넣는 것으로, 약국에서 이를 리더기로 읽으면 처방 내용이 자동입력돼 더 빨리 약을 조제할 수 있다.
이비디는 2004년 6월 바코드 처방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병원전산업체와 업무제휴를 맺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티는 2006년 11월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다른 사업에서 협력관계에 있던 일부 병원전산업체에 ‘사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비디는 이에 반발해 2007년 1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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