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자전거 ‘황당한 귀환’
주인가게에 술값 대신 맡겨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며칠 뒤 ‘제발’로 주인을 찾아왔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민아무개(24)씨는 지난달 12일 밤 10시께 영등포구 당산동 길가에 세워뒀던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10만원쯤 하는 평범한 자전거였지만, 어머니께 혼이 날까봐 내리 이틀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호프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끼니가 걱정돼, 민씨는 사흘 뒤 어머니 가게에 들렀다. 그런데, 가게 앞에 낯익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도둑맞았던, 바로 그 자전거였다.
민씨의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진 날, 조아무개(53)씨는 길을 걷다 “날씨가 추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눈에 띄는 누군가의 자전거를 집어 탔다. 그리고 이틀 뒤인 14일, 영등포동에 있는 한 술집에서 외상으로 술을 먹고 자전거를 맡겼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곳이 자전거 주인인 민씨의 어머니 가게였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 8단독 이석재 판사는 절도 혐의로 약식기소된 조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유경 기자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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