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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린 유쾌한 ‘봉사 기러기 가족’

등록 2009-12-18 19:24수정 2009-12-18 19:26

곽희문(오른쪽)씨와 딸 상민양, 부인 강동희씨가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곽희문(오른쪽)씨와 딸 상민양, 부인 강동희씨가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빠는 케냐서 유치원봉사, 엄마는 한국서 돈벌어 지원
“엄마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보내고, 아빠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딸을 키우며 유치원을 운영하죠. 이런 것도 ‘기러기 가족’인가요?”

엄마 강동희(41)씨는 18일 이렇게 가족을 소개하며 활짝 웃었다. 세 가족은 지난 15일 인천공항에서 석 달 만에 ‘재회’를 했다고 한다. 케냐에서 아빠와 함께 살다 연말을 맞아 잠깐 입국한 상민(10)양은 마중나온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엄마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아이 팔이 벼룩에 물려 퉁퉁 부어 있더라구요. 엄마 없는 티가 나는가 싶었어요.”

사재털어 갔다가 운영비 바닥
엄마만 귀국해 과외해서 송금
“코로고초 아이들 도울수 있어 행복”

곽희문(40)·강동희씨 부부는 지난 9월부터 케냐의 코로고초 지역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프리카 아이들을 무상으로 돌보는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고초 지역은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란 뜻에 맞게, 세계 최대의 쓰레기장이고 ‘세계 3대 슬럼(빈민촌)’으로 유명하다. 그곳의 가난한 이들은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연명한다. 곽씨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쓰레기차가 들어오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전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처음부터 유치원을 차릴 계획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2007년 초 딸과 함께 동화책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읽으면서, 코로고초 지역 등 제3세계 아이들의 고통스런 삶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이에 부부는 월수입 1000만원을 하던 학원을 접고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와 함께 그곳으로 날아갔다. 빈민촌 아이들로 이뤄진 ‘지라니 합창단’을 위해 1~2년 정도 봉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딸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런데 합창단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었어요. 3~5살 아이들이 쓰레기를 줍는 엄마 곁에서 기어다니다가 유리병에 찔려 실명하거나 굶어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어요.”

부부는 고민 끝에 애초 계획을 접고 “딸의 대학 학비 통장만 남기고” 톡톡 털어 ‘엘토토유치원’을 차렸다. 현재 39명의 아이들(3~5살)이 유치원에서 아침·점심을 먹고 공부를 한다. 건물 임대와 유치원 버스는 해결했지만, 문제는 운영비였다. 큰 구호단체 활동을 벗어나 새로 일을 벌이니 후원을 받을 길이 없었다. 부부가 운전도 하고 청소도 했지만 따로 요리사 등의 도우미 월급과 아이들 식비·교재비 등에 매달 160만원 이상이 들어갔다.

결국 엄마가 나섰다. 유치원 운영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그렇게 세 식구는 지난 10월 생이별을 했다. 강씨는 “서울에서 아이들 과외수업으로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송금하고 있다”며 “후원자를 찾을 수 있다면 내년부터는 유치원 규모를 좀더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딸 상민양도 엄마 아빠를 닮아가는 듯 보였다. ‘엄마가 없어도 괜찮냐’는 물음에 “아빠도 해 줄 수 없는 게 있었어요. 그래도 케냐가 한국보다 훨씬 덜 복잡해서 좋아요. 또 책에서 봤던 친구들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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