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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40일째 눈물 ‘용산의 예수들’

등록 2009-12-25 20:19수정 2009-12-25 22:40

<b>거리의 미사</b> “낮은 데로 임하소서.” 문정현 신부(흰 수염 기른 이) 등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사제단 신부들이 25일 서울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용산참사 희생자와 함께하는 성탄대축일 현장미사’를 드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거리의 미사 “낮은 데로 임하소서.” 문정현 신부(흰 수염 기른 이) 등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사제단 신부들이 25일 서울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용산참사 희생자와 함께하는 성탄대축일 현장미사’를 드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비뿌린 참사현장 성탄미사
“힘없는 사람 내몰린 현실
2000년전 이스라엘 빼닮아”
목 메인 희생자 유가족들
“살았다면 따뜻한 밥 한끼…”




성탄절인 25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의 ‘용산참사’ 현장에는 비가 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사제단이 ‘용산참사 희생자와 함께하는 성탄대축일 현장미사’를 연 이날, 시민 1000여명이 비에 젖은 채 올리는 묵묵한 기도는 한동안 스산했던 남일당 건물 일대를 따스하게 감쌌다.

지난 1월20일,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서다 불에 타 숨진 철거민 5명의 영정은 구유에 담긴 아기 예수 곁에 나란히 놓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고 양회성·윤용헌·이상림·이성수·한대성씨의 영정 앞에는 시민들이 바친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다.

어느덧 340일째다. 외로운 싸움을 함께한 천막과 걸개그림들은 빛이 바랬다. 하지만 미사의 가장 앞자리에 앉은 유가족들은 아직도 검은 상복을 벗지 못했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가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을 때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b>용산의 성탄, 여당은 어디에?</b>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와 송영길 최고위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정동영 무소속 의원 등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희생자와 함께하는 성탄대축일 현장미사’에 참가해 기도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용산의 성탄, 여당은 어디에?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와 송영길 최고위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정동영 무소속 의원 등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희생자와 함께하는 성탄대축일 현장미사’에 참가해 기도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열사들도 슬퍼하고 계시나 보다. 축하 받고 즐거워야 할 성탄절, 열사들이 살아 있었다면 따뜻한 밥 한끼 나눴을 텐데….” 권씨의 목이 메었고, 유가족들은 꼬깃꼬깃 구겨진 손수건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천주교계가 3월 말부터 매일 올리고 있는 추모미사에 평소엔 수십명이 참석했지만, 이날 성탄절 미사에는 1000여명이 몰렸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정동영 의원(무소속), 송영길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정부·서울시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기도를 올린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아기 예수가 왜 구유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집에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차 있어, 해산을 앞둔 임신부조차 받아들여주지 않았기에 마구간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은 사람이 살 만한 거처가 아니라 짐승의 거처에서 살도록 내몰려야 했던 2000년 전의 이스라엘 사회가 오늘날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 신부는 “오늘의 미사가 끝이 아니라 용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남일당에서 매일 미사가 열릴 것”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해결과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참사 현장은 천주교뿐 아니라 불교·개신교 인권단체 등이 돌아가며 유가족들과 함께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발길은 혹한 속에서 점점 뜸해지고, 길에서 또다시 겨울을 나는 유족들의 가슴은 1주기를 앞두고 바짝 타들어간다. 권명숙씨는 “가장 두려운 것은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잊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5명의 주검은 여전히 순천향대병원 영안실 냉동고에서 언제일지 모를 장례식을 기다리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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