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 홧김에…” 자백
전남 영암의 부부 피살사건 용의자는 이 부부의 큰아들이라고 28일 경찰이 밝혔다. 영암경찰서는 이날 존속살인 혐의로 김아무개(24·ㄷ대 4년)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밤 10시께 영암군 영암읍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 김아무개(51·영암군청 공무원)씨와 어머니 조아무개(50·서예학원 원장)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부부의 사체는 28일 오전 남편 김씨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찾아간 동료 직원들한테 발견됐다.
김씨는 “회식 뒤 집에 가보니 어머니가 울고 있어 아버지한테 ‘그만 좀 괴롭히라’고 했지만 ‘너나 잘해라’라며 수차례 뺨을 때려 홧김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 범행이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어머니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범행을 숨기려고 범행도구를 근처 저수지에 버리고, 피 묻은 신발·옷·수건 등은 야산에서 태워버리는 등 은폐를 시도했다. 또 사건 당일 외출한 뒤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가 아버지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나타난 것처럼 태연하게 유족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의 사건 당일 행적이 분명하지 않은데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대문도 잠겨 있었던 점을 근거로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제대한 뒤 원래 다니던 영암 ㄷ대에 복학하지 않은 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김씨가 평소 온순한 성격이었다면서 그가 용의자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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