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스카프 두른 이순신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흰 스카프 모양의 잔설을 어깨에 두른 채 서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눈폭탄 이틀째 곳곳 엉금엉금
이면도로·골목 ‘제설 사각지대’
마을버스 안다니는 곳 많아
주요 도로는 70~80% 정상화 4일 쏟아진 폭설로 거의 마비됐던 서울·경기 지역의 주요 도로들이 5일 밤샘 제설작업과 맑은 날씨 덕분에 70~80% 정도 회복됐다. 그러나 이면도로와 주택가 골목 등은 여전히 쌓인 눈으로 통행이 어려워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시내 곳곳의 이면도로는 폭설 이틀째임에도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낮은 언덕마저도 미끄러워 차량 통행이 어려운 곳이 많았다. 걸을 수 있을 정도만 겨우 임시로 길이 난 곳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사는 김현숙(38)씨는 “지하철역 주변 대로변은 시와 구청 쪽에서 눈을 치웠지만 주택가 이면도로에선 눈이 그냥 쌓여 있다”며 “대로로 걸어 나오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에서 동작구 남성역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은 이날 오전까지 제설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마을버스가 전날에 이어 아예 다니질 않았다. 낙성대 부근의 한 주민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차를 갖고 출근하지도 못했는데, 마을버스까지 끊겨 20~30분씩 걸어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주변 이면도로도 이틀째 차량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경리단길 들머리의 한 상점 주인은 “제설 장비도 없는데다 설령 눈을 치우더라도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면도로의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주로 시민들의 ‘책임의식 부족’ 때문이지만, 지자체가 제설작업의 책임을 전적으로 주민들한테 맡긴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06년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건물·집 주인이 건물이나 집 앞의 눈을 치우도록 하고 있다. 주민들은 집 앞 인도뿐 아니라 이면도로의 눈도 치워야 한다. 경기도도 비슷한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홍보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주택가는 제설도구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어 눈이 오면 꽁꽁 얼어붙기 일쑤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책임을 부여하려면, 삽과 고무래 등 제설도구를 비치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 얼어죽는다’는 속담대로 소한인 5일 전국이 얼어붙었다. 시민들이 이날 오전 서울 광나루 근처의 얼어붙은 한강 위에서 쌓인 눈을 밟으며 걷고 있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0.4도, 철원은 영하 20.4도를 기록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비상근무 인력 4만8000여명과 제설용 차량 1500여대를 동원해 밤새 제설작업을 벌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분간은 잔설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앞으로 캐나다 등 상시적으로 폭설이 내리는 나라들의 도시와 장비 및 시스템 등을 비교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도 이날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밤샘 제설작업을 벌여 주요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진입로, 지방도 등의 눈을 치웠다. 이날 낮까지 광주 남한산성으로 가는 지방도 342호선 한 곳을 제외하고 모든 통행 제한이 풀렸다. 김연기 송채경화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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