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 5명의 영결식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이들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영정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영결식은 9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열리며, 오후 3시에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노제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용산참사 희생자 장례식…각계 인사 빈소 찾아
“아이고 오랜만에…. 아이고….”
1년 만에 병원 영안실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누워 있는 남편 이상림씨의 얼굴을 보고 돌아오는 길, 전재숙씨는 끝내 오열했다. 남편의 영결식을 앞두고 주검을 확인했지만,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지난해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의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서 불타 숨진 남편은 1년 가까이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서 장례식을 기다려야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7일, 이렇게 석달여 만에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이들은 지난해 9월까지 병원에 머물며 싸우다 ‘용산참사’ 현장으로 옮겨 농성을 벌여왔다.
이날 오후 병원 4층 장례식장에 이상림·양희성·한대성·이성수·윤용헌씨 등 철거민 희생자 5명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조희주·이강실 장례상임위원장이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첫 조문을 했다. 이어 분향소를 찾은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김희철 민주당 의원이 유족들의 손을 잡았다.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유족들은 세번째로 조문을 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앞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이 숨졌다는 소식에 순천향대병원으로 뛰어온 유가족들이 경찰의 제지로 주검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왔던 이가 김 사무국장이었다. 하루 만에 유가족 동의조차 없이 이뤄진 부검 앞에서 “주검을 내놓으라”며 울부짖던 유족들을 대신해 김 사무국장은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항의에 나섰다. 검은 상복만 353일째인 아내들은 그의 손을 잡고 새삼 1년 전이 떠오르는 듯 흐느꼈다.
이상림씨의 큰아들 이성현씨는 “처음 왔을 때 주검조차 보여주지 않았는데, (장례식을 치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의 일은 여기까지이고, 나머지는 산 사람들의 몫”이라며 “용산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리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천정배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찾아와 조문했다. 노회찬 대표는 “미해결 과제로 남은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진정한 조의를 표하는 길”이라며 국회에 계류중인 재개발 관련법의 처리를 촉구했다.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으로 치러지는 이번 장례식은 9일 오전 9시 순천향대병원에서 발인식을 열고, 낮 12시 서울역광장 영결식, 오후 3시 참사 현장 노제 등으로 진행된다. 다섯 희생자들은 오후 6시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