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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두레·계 등 ‘공동체’ 손잡고 ‘100살 장수춤’ 덩실덩실

등록 2010-01-11 13:46수정 2010-01-11 14:22

연화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2월16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함께 장수춤을 추고 있다. 곡성/신소영 기자
연화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2월16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함께 장수춤을 추고 있다. 곡성/신소영 기자
[전남 곡성군 연화리 마을]
65살 이상 노인 30.5%…3년전 백세건강 장수마을 지정
‘20분 체조’ 활력 원천…농사일 끝나면 요가·노래 등 배워
“어야디야~ 어기여차~, 에헤야 어허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세밑.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마을회관의 확성기에서 자진 뱃노래 가락이 흘러나왔다.

50~70대 주민 30여명이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을회관 앞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주민들은 옷깃을 파고드는 매운바람에도 어깨를 좌우로 흔들고 발을 구르는 동작을 시작하더니 장단이 빨라지자 이내 장수춤 사위에 빠져들었다. 마을회관 앞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모이더니 금세 흩어져 힘차게 노를 당기는 율동을 되풀이하느라 차츰 호흡이 가빠졌다.

마을북패가 앞으로 썩 나서며 한바탕 사물을 두드리자 세대 구분 없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어우러졌다. 20분 남짓 추위 속에 이어진 체조로 코들이 빨갛게 얼어붙은 주민들은 ‘덩더쿵 딱~’ 하고 난타가 마무리되자 그제서야 숨을 골랐다. 입안의 금니와 은니가 다 드러날 만큼 환한 주민들의 웃음은 한동안 연꽃 모양의 마을 가운데 머물더니 호남정맥의 산줄기를 타고 부드럽게 번져갔다.

주민 홍필순(73)씨는 “마을회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호미를 밭고랑에 던져버리고 달려온다”며 “일년을 이렇게 잘 놀았더니 아들집 아파트에 가면 심심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막내인 김영순(57)씨는 “한 해 전 생전 처음으로 북채를 잡았을 땐 겁부터 더럭 났다”며 “북을 치면 속이 확 풀린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제 북 없이는 못 산다”고 웃었다.

이 마을은 광주에서 동남쪽으로 25㎞ 떨어진 옛 옥과현의 동헌 터로 유서가 깊다. 600년 전통을 갖고 있는 태인 허씨를 비롯해 전주 이씨와 능성 구씨 등이 오순도순 어울려 마을을 이뤘다. 농촌 마을치고는 규모가 제법 커서 100가구에 주민 200여명이 생활한다. 65살 이상 노인층이 30.5%를 차지할 정도로 노령화가 심각하지만 3년 전 백세건강 장수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 안에 활력이 넘친다.

주민들은 2008년 10월 곡성군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고, 마을에서 1000만원을 보태 건강관리실을 지었다. 건강관리실엔 편백나무로 만든 찜질방, 안마기를 갖춘 체력단련실, 하루 종일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 등을 갖춰 누구나 24시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장수촌인 전남 곡성군 연화마을의 마을북패가 지난해 12월16일 흥겨운 몸짓으로 북을 치고 있다. 곡성/신소영 기자
장수촌인 전남 곡성군 연화마을의 마을북패가 지난해 12월16일 흥겨운 몸짓으로 북을 치고 있다. 곡성/신소영 기자

이어 농사일이 끝나면 장수춤·요가·노래·한글 등을 배우는 ‘방과후 학습’을 도입했다. 이 방과후 학습은 2년 동안 농번기에는 저녁 8시, 농한기에는 오후 2시에 어김없이 이어졌다. 특히 56~84살 남녀 주민이 협동심과 유연성을 기르려고 배운 장수춤은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공통의 관심사가 됐다. 한해 남짓 집중적으로 연습해 기량을 높인 덕분에 지난해 5월 전국노년문화교류예술제에서 금상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한·중·일 3개국 축제에서 초청공연을 펼치는 등 솜씨를 자랑했다.

또 주민들은 운동·영양·관계·참여 등 분야별로 건강장수를 위한 일들을 챙겨왔다. 마을에서 가까운 천룡산엔 산책로 3㎞를 만들어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가량 등산을 한다. 들일을 하거나 시장을 보거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늘 자전거를 타는 습관도 자랑할 만하다. 80대 주민 5명이 여전히 자전거로 마을을 누비고 있다. 마을에서 보유한 자건거는 100대가 넘는데 자동차는 젊은층이 타는 15대가 고작이다.

마을 안에는 노인회·부녀회·청년회·동갑계 따위 소모임이 다양해 소통이 원활하고 유대도 끈끈하다. 지난해에는 배추밭 4000평을 공동으로 경작해 넉달 만에 마을기금으로 800만원을 모았다. 이 기금으로는 전국 명소로 여행을 가고, 이웃의 애경사를 챙긴다. 인근의 복지시설인 축복의 집에 김장용 채소를 보내고 노인병원에 입원한 친지들을 찾아 위문하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부녀회장 김우순(64)씨는 “신나게 장수춤을 추고 난 뒤 부녀회관에서 공동으로 식사를 한다”며 “평소에는 식사당번을 돌아가며 맡고, 제사나 생일 때는 음식을 충분하게 장만해 나눠 먹으니 싸울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장 허기영(54)씨는 “올해는 쑥뜸과 부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주민이 많다”며 “마을에서 2㎞쯤 떨어진 옥과까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곡성/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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