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생계’ 신미미양
훈련비에 참가비 걱정
재단 후원에 시름덜어
아이들 70% `밥보다 꿈’
훈련비에 참가비 걱정
재단 후원에 시름덜어
아이들 70% `밥보다 꿈’
“실업팀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할머니께 효도하고 싶어요.”
신미미(18)양은 경기 성남에서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산다. 일흔넷의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세 식구는 별다른 수입 없이 정부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곤궁한 생활이지만, 신양에겐 희망이 하나 있다. 양궁이다.
신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활을 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학교 양궁반에 들어갔다. 2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초등부 2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그때는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집안이 어려워지며 아버지·어머니가 각각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겨 2008년부터 할머니와 살고 있다.
운동을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매달 훈련비 30만원에다 대회에 한 번 참가할 때마다 10만~20만원의 참가비가 필요해 여기저기서 빚을 졌다. 전지훈련을 가면 5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가정형편 때문에 집중도 잘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열린 전국 시·도 대항 양궁대회 70m 부문에선 당당히 1위(개인전)를 차지하기도 했다.
걱정이 깊어지던 중, 지난해 ‘탈출구’ 하나가 열렸다.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한국어린이재단(회장 김석산)의 ‘인재양성지원’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돼, 매달 나가는 훈련비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신양은 하루 정규 연습시간만 10시간이 넘는다. 동계훈련 중인 요즘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일정이 끝난다. 하지만 응원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고되지 않단다. “‘누나 힘내’라는 동생의 문자를 받을 땐 정말 힘이 나요.”
저소득층 자녀들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꿈을 키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밥보다 꿈’을 더 간절히 원한다. 한국어린이재단이 2007년 10월 전국 1000명의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가운데 67%가 ‘학습 관련 비용 지원’을 희망하고 있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 영역은 학업 문제(34.9%)였고, 가정 문제(33.0%)와 이성 등 개인 문제(8.2%)가 뒤를 이었다. 학업 지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중복 응답)에는 ‘진로상담’(69%)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특기적성교육(67%)과 학습지원(58%)이 꼽혔다.
이 재단은 2008년부터 ‘인재양성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특정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학원비 등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50여명으로 시작한 지원 대상이 올해 100여명으로 늘었다. 이 재단 이서영 홍보팀장은 “정부보조금이나 단체 후원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더라도, 장기적인 진로 설계 등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재양성프로그램 후원 문의 1588-1940.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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