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시험지 네차례 국내 유출

경찰, 강남 학원강사 영장 신청·수사 확대키로

서울 수서경찰서는 24일, 국내에서 치러지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시험지를 네 차례 빼돌린 혐의(업무방해 등)로 강남지역 학원 강사 장아무개(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경찰은 장씨를 도와 시험지 일부를 유출하려다 붙잡힌 차아무개(24)씨 등 대학생 3명을 같은 혐의로 이날 불구속 입건했다.

차씨 등은 지난 23일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에스에이티 시험에 응시해 연필깎기용 칼로 시험지를 찢거나, 공학용 계산기에 시험문제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수학·물리학 문제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시험 하루 전 장씨로부터 빼돌려야 할 시험지 분량을 할당받은 뒤, 물리학 시험지 10장을 빼돌리고 수학 시험지 한 장을 잘라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시험 주관사인 이티시(ETC) 칼리지보드는 수학 과목 때문에 공학용 계산기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경찰은 “차씨 등이 지난해 10월부터 같은 시험에서 세 차례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문제지를 빼돌렸다고 의심한 이티시 쪽이 23일 시험 현장에서 차씨 등을 적발했다”며 “강사 장씨가 모두 네 차례 시험지를 빼돌리려 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가 수강생들을 가르칠 용도로 시험지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차를 이용해 다른 나라에서 에스에이티 시험을 보는 수험생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장씨의 전자우편과 은행 계좌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강남의 학원 강사 김아무개(37)씨가 타이에서 치러진 에스에이티 시험문제를 빼돌려 미국에서 시험을 치는 한국인 학생 2명에게 건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경찰은 비슷한 시험지 유출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강남 학원가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홍석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