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민주당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세종시 단식’ 12일째 양승조 민주당 의원
26일 오후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여럿 찾아와 “단식을 풀자”고 했지만, 그는 종이컵에 녹차 한 잔씩 대접한 뒤 그들을 돌려보냈다. 국회 의원회관 1층 복도 구석에 차린 1평 남짓 천막에서 ‘세종시 원안사수’를 위한 삭발·단식농성을 한 지 이날로 벌써 12일째. 몸무게는 9㎏ 가까이 빠졌다. 의사 진단으로는 맥박의 세기도 조금 약해졌다는데, 정부가 27일에 입법예고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그의 말소리는 강해졌다.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천안갑)은 “27일은 양치기 대통령이 ‘양치기 법률안’을 법과 제도적으로 현실화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을 스무 차례나 해놓고, 공식 토론회 한번 갖지 않은 채 행정기관 이전을 핵심으로 한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는 수정안이 ‘양치기 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을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의 결정판’이라고 불렀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국가균형발전 가치를 부정하는 ‘노무현 지우기’이자, 정운찬 국무총리를 세종시의 수혜자로 키워서 ‘박근혜 대항마’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세종시 지역에 임대주택을 더 지어준다는 둥, 세종시 지역 노인들과 자녀들에게 취업을 알선해준다는 둥의 얘기로 충청 여론을 분열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며 “충청도 사람들이 정부에 떡 하나 더 달라고 이렇게 반대하는 줄 아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충청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상과 가족들의 묘 1만7천개를 눈물로 화장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장하면서 세종시 건설에 협조한 것은 정부가 재벌 특혜를 주면서까지 삼성, 한화 등을 유치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된다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2월 초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미 지난 2005년 11월 헌법재판소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위헌소송 결정을 앞두고 합헌을 촉구하며 9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똑같은 법을 지켜내고자 4년여만에 두 번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 송호진, 사진 김진수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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