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각계 제2창간의원 ‘한겨레와 나’

등록 2005-06-07 19:22수정 2005-06-07 19:22

<한겨레> 제2창간운동에 동참한 분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와 ‘우리 사회에 <한겨레>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각 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그동안 <한겨레>를 보고 느낀 소감과 애정어린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편집자

한겨레 기자한테도 술 좀 얻어마셔 보자

안도현 제2창간 홍보도움빛

<한겨레>가 창간된 1988년 즈음 내 몸무게는 57킬로그램 이쪽저쪽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때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은 영락없이 ‘빈한한’ 시인이다. 볼은 오목하고, 턱은 뾰족하고, 배는 홀쭉하여 바지가 흘러내릴 듯하다. 그로부터 십칠년이 지난 지금, 나는 변했다. 내 몸무게는 10킬로그램도 더 불어나 살진 오리처럼 뒤뚱거리게 되었고, 얼굴은 둥글넓적해지고 말아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의사는 비만에 대해 경고하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한겨레는 어떤가? 이 친구는 비만은커녕 오히려 허리띠 치수를 줄여야 하는 형편이 됐다. 그의 뱃속에 보이지 않는 비곗살이 끼었는지는지는 모르겠으나, 의사가 아닌 내가 봐도 근육이완 현상이 몸 전체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불의를 향해 휘두르던 파괴력 만점의 팔팔하던 주먹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 꼿꼿하고 서슬 푸르던 기상도 신자유주읜가 뭔가 하는 녀석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죽하면 지난해 말엔 80여 명의 식구들을 내보내는 쓰라린 일을 치르고야 말았을까. 이러다가 만성피로까지 겹친다면 이 친구 한겨레 스무 살도 못 되어 제 구실 다 못하고 쓰러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제2창간운동이라는 이 친구의 비장한 각오를 전해듣고 비록 미약하나 손 하나 보태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겨레> 기자한테도 술을 얻어 마시고 싶어서다. 창간 이후 내가 만난 한겨레 기자 누구도 나한테 술 한 잔 산 적이 없다. 한국의 유수한 언론사 기자 중에 박봉으로도 잘 버티는 기자는 한겨레밖에 없다고 들었다. 퇴직금도 반납한 채 말이다. 허나, 나 비록 과다한 음주 때문에 몸 구석구석이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한겨레 기자에게만은 술 좀 얻어 마시고 싶은 것이다. 그게 어디 소망만으로 되나. <한겨레>를 살려야 술도 얻어먹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창과 교수



‘나는 열일곱살이에요’라는 한겨레에게

주철환 제2창간 공동본부장

<한겨레>와 나의 인연은 노래로 맺어졌다. 1987년 9월 〈MBC가이드〉에 ‘개똥벌레의 세계인식’이라는 글을 썼는데 뜻밖에도 반응이 괜찮았다. ‘노래를 통해 세상 읽기’라는 주제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간 듯하다. 연거푸 몇 달을 연재했는데 어느 날 <한겨레>에서 원고청탁 전화가 왔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게 ‘노래 세상’이라는 칼럼이었다. 나중에 이 글들이 모여서 <주철환 프로듀서의 숨은 노래 찾기>라는 책이 되었다.

다섯 달 연재되는 동안 당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자리잡고 있던 한겨레신문사를 매주 드나들었다. 갈 적마다 내 손에는 레코드 재킷이 들려 있었다. 필자인 내게 원고뿐만 아니라 사진자료까지 요청했던 것이다.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글이 실리는 목요일엔 새벽 일찍 일어나 신문 오기를 기다렸다. 잉크 냄새를 손에 묻히며 내가 쓴 글을 음미했다. 몇 년 후에는 방송사를 출입하던 김도형 기자의 권유로 거금 백만 원을 내고 <한겨레> 평생독자가 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일은 친구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노래를 부르면 반드시 좋은 세상이 대답한다. “나는 가슴이 울렁거려요”로 시작하는 옛 노래의 제목이 바로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다. 설레는 열일곱 살. 청년의 얼굴을 지닌 한겨레가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은 무얼까. 한겨레신문사의 재정이 문제라고 할 때마다 내 귀에는 그 재정이 재미와 정보라고 들린다. 의사(의미와 사상)는 충분히 개진했으니 이제 ‘청년 한겨레’는 읽을 때 즐겁고 읽고 나서 뿌듯한 신문이 되어야 한다.

내 아들이 태어나던 해에 한겨레도 세상에 태어났다. 내 아들도, 한겨레도 건강하게 쑥쑥 자라 맑은 세상의 거울이 되어주는 게 평생독자의 간절한 희망이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마음으로 한겨레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응원을 보낸다. 보잘 것 없지만 내 이름을 제2창간운동에 올린 이유다. 한겨레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퍼져, 좋은 친구와 세상을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주철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왼쪽부터) 안성기, 박찬욱, 공지영, 문규현, 박청수, 최일도.



안성기 영화배우=<한겨레>는 약자편에 서고 언론으로서 다루기 힘든 것을 많이 다룬다. 문화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해야 발전하는 것인데, 한겨레는 이런 점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운동이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내 문화발전을 이뤄내는 것처럼 <한겨레>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서 한국사회의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신문이다.

박찬욱 영화감독=진보에 대해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에 <한겨레>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지영 소설가=내가 직장인으로 처음 자리잡은 곳이 민족문학작가회의 간사였다. 당시 옆방에는 해직기자들 중심의 언협이 만들어져 언론자유를 위해 절치부심하던 것을 23살 시절에 보았다.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한겨레>는 우리 젊은 날의 한 상징이다. 젊은 날은 갔지만 젊음이 꿈꾸던 이상은 남아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재벌은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최대의 권력이다. 재벌언론이 스스로 한몸인 재벌을 견제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주인인 <한겨레>가 이 거대한 권력을 견제하는 소금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문규현 신부(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한겨레>는 멈출 수 없는 기관차다. 군사독재시절, 폭정에 못 이긴 국민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며 정론의 소원을 담아 창간했던 신문이다. 17년 동안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했지만 우리가 소원했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거나 더디 오고 있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신문, 그들 사회적 약자의 절규와 하소연에 귀 기울이는 신문,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잠재우는 신문, <한겨레>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박청수 원불교 교무(청수나눔실천회 대표)=<한겨레>는 무엇보다 통일의 뒷바라지를 잘 할 수 있는 신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일도 목사(다일복지재단 대표)=시간이 지날수록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줄어들어야 복지한국이라 할 수 있는데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아이엠에프 때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500~600명이었는데 지금 배로 늘었다. <한겨레> 제2창간운동의 필요성도 이와 비슷하다. 양극화로 치닫는 이 땅에서 <한겨레>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씻어주는 손과 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어주어야 한다.


▲ (왼쪽부터) 신문선, 김용택, 제프리 존스, 홍성태, 임종석, 고진화.



신문선 축구해설가=나는 <한겨레>에 ‘도발 이 사람’ 코너 등에 3년 반 정도 글을 연재했다. <한겨레>만은 바른 기사를 싣고, 소외계층을 대변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한겨레>가 지켜온 개혁성에다, 시장변화에 발맞추는 내부 동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김용택 시인=<한겨레>는 시대의 숨을 쉬는 곳이다. 17년 동안 <한겨레>는 우리가 숨쉬는 숨통이었고, 우리를 지켜냈다. 사실과 진실이 있는 곳이어서 우리를 지켜준 신문이었다. 우리 사회에 약하고 힘든 구석들이 많은데 그런 곳에서 맑고 깨끗한 숨결을 전해주는 신문이 있어야 한다.

제프리 존스 암참 명예회장=창간 당시 <한겨레>에 대한 여러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사람이든 양심있는 분들은 <한겨레>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 시민단체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데, 이들 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대표적 매체가 <한겨레>다. 한겨레 구독자들이 한-미 간의 정치, 경제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한겨레>를 통해서 얻어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한겨레>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신문이다. <한겨레> 제2창간운동은 17년전 창간정신을 시대에 맞게 되살리는 운동이다. 창간 이후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한겨레>가 변화를 잘 읽어 설득력있게 전달해주기 바란다. <한겨레>가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도 독보적 가치를 가질 이유는 민주화와 합리화에 기반한 선진화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중요한 매체이고, 이들이 <한겨레>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민주화운동을 대학시절에 겪은 우리들에게 국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져 진실을 전해온 <한겨레>는 동지이다.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개혁과제를 국민들의 참여로 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젊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초록신문’, 민족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겨레의 신문’, 세계를 한류로 연결하는 ‘평화의 신문’, 그래서 한겨레의 제2창간에 함께 한다.


▲ (왼쪽부터) 심상정, 최영태, 김종수, 조송만, 정기홍.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신문은 여론을 형성하는 사회적 공기다. 우리나라 신문이 특정집단을 과다하게 대변하고 있는데 한겨레는 다수 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서민언론으로 역할이 막중하게 요구된다. <한겨레>가 앞으로도 관심과 정보를 제공하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여론의 주춧돌이 되기를 바라면서 참여하게 되었다.

최영태 공인회계사(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사회에 여러 목소리가 있고 사람들도 다양한 욕구가 있으나 <한겨레>는 이중 일부에만 주목해왔다. 대중은 이념보다 정보를 원한다. <한겨레>가 이를 조화시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진보진영 매체들의 경영기반이 약해 곤경을 겪고 있는데 <한겨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우리 사회에 존재해야 한다.

김종수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부터 생겨난 <한겨레>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새롭게 변해야 하는 시점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겨레>는 활자매체의 한계에 얽매이지 말고 기사의 질을 높여 신뢰의 매체로서 영향력을 지켜나가야 한다.

조송만 누리텔레콤 대표=<한겨레>는 서민을 대변하는 신문이지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겨레>가 기업으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의 경제적 어려움을 안타깝게 생각해오다 참여하게 되었다. 창간 이후엔 민주화 관련 이슈가 많았지만 갈수록 경제이슈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겨레>가 민주화와 서민 위주로 각인되어 있는데 이 또한 시대방향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언론에는 계도 기능도 있지만 정확한 사실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겨레>는 그 역할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한겨레>가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언론이라고 기대해 참여하게 되었다.

정리/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