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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파라치’ 권하는 사회…“정부 일 시민에 떠넘겨”

등록 2010-02-02 15:40

“노래방에서 남자도우미까지 불러주던데, 신고하면 포상금 받을 수 있나요?”(홍제동 최○○)

“물론입니다. 반드시 도우미가 직접 술을 갖고 들어와 얘기하는 동영상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셔야 합니다.”(관리자)

1일 ‘포상금 파파라치’ 전문 ㅁ학원 누리집의 ‘질의응답’ 코너. 이 학원은 누리집과 전화, 방문 등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건씩 이와 비슷한 질문들을 받는다. 이 학원에서 ‘신고보상 전문요원’이란 이름으로 교육받는 사람만 현재 4300여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업무’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학원에 이렇게 ‘노하우’를 묻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들어서도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불법 행위를 줄인다는 명분 아래 ‘파파라치’ 제도를 확대하면서 파파라치 지원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1일 영업용 건물의 막힌 비상구를 신고하는 ‘비파라치’가 시범 시행됐고, 서울시 교육청도 최근 교육비리를 신고받겠다며 ‘교파라치’ 도입 방침을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도 지난달 19일 ‘해외은닉 재산 신고’를 받기로 하는 등 올해만 벌써 파파라치 제도가 3개나 늘었다. 교파라치의 경우, 최대 포상금이 1억원이고, 해외은닉 재산을 신고할 경우엔 최대 5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등이 시행하는 파파라치 제도는 △봉파라치(비닐봉지 무료 제공) △쇠파라치(쇠고기 원산지 허위 표시) △꽁파라치(담배꽁초 투기) △노파라치(불법 노래방 운영) 등 흔히 알려진 것에 머물지 않는다. 나름의 전문성이 필요한 ‘팜(Pharm)파라치’(의약분업 위반)와 ‘쌀파라치’(쌀 원산지 허위 표시) 등을 포함해 모두 60여가지에 이른다. 포상금 규모도 수만원에서 수억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렇다 보니, 파파라치 학원도 점차 전문화하고 있다. ㅁ학원에선 일반 디지털카메라부터 초소용 적외선 핀홀카메라에 이르는 첨단장비의 사용법과, 이를 활용한 성매매나 쓰레기 투기 등의 현장 촬영 요령을 가르친다. 한 달 100만원 안팎의 수강료를 내면, 검찰에 출두하는 연예인 등 ‘돈이 되는’ 사진을 찍는 방법과 초상권 침해 등 ‘법망’을 피해가는 요령까지 알려준다. 학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신고 포상제도 교재’로 공부하는 이틀짜리 ‘속성반’의 경우 수강료가 25만원 선이다.

업계에선 이처럼 정식으로 파파라치 학원을 운영하는 곳만 전국에 2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ㅁ학원 관계자는 “비닐봉투, 이쑤시개, 종이컵 하나가 모두 돈”이라며 “한 달 수입이 억대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극심한 경제·취업난을 겪은데다, 파파라치 제도를 시행하는 기관들이 포상액을 늘리면서 미취업자를 중심으로 ‘신고 보상 요원’의 증가 추세가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런 파파라치 양산 흐름에 대해, 공권력이 불법 행위를 단속하지 못한 채 시민들에게 ‘감시 권하는 사회’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흥식 중앙대 교수(공공인재학부)는 “사회의 ‘윤리적 근육’이 튼튼해지기 전까지 시민의 힘으로 불법 행위를 막자는 취지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전체주의 시절에 ‘거동 수상자’를 색출할 때나 쓰던 ‘상호 감시 방식’이 수단이 되는 것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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