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업체서 정기적 뒷돈
학생 1명당 1만원 요구도
학생 1명당 1만원 요구도
사교육비를 줄일 목적으로 초·중·고교에서 시행중인 ‘방과후 학교’ 사업에서 초등학교 교장들이 위탁교육업체한테서 정기적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배성범)는 3일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컴퓨터·영어교실 위탁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시내 초등학교 전·현직 교장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른 현직 교장 1명도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 김아무개(60)씨는 2008년 3월 영어교실 위탁업체로 ㅇ사를 선정하고 업체 대표 이아무개(58)씨한테서 교장실 등에서 4차례에 걸쳐 모두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교장 등 5명이 이씨한테서 받은 돈은 모두 6700만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 가운데 한 교장은 학생 모집 권한을 이용해 수강생 1명당 1만원의 ‘사례비’를 요구하면서 업체와 상납금을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주지 않으면 수강생 모집 공고문 결재를 미루거나, “교실을 더럽게 쓴다”는 등의 트집을 잡아 프로그램을 폐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납한 업체는 무상으로 지급하게 돼 있는 교재 값을 받거나 수강료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겼다”며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위탁업체 선정을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하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교장의 재량에 좌우돼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것도 상납 고리 형성 원인이 됐다. 원래 위탁운영기관은 대학과 비영리법인만 가능했으나, 2008년 ‘학교 자율화’ 조처 이후 서울·부산·대구·울산에는 영리업체의 참여가 허용됐다.
방과후 학교는 2005년 시범실시 이래 현재 모든 초·중·고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경 진명선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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