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영장 두번 기각에 “이유보강 재신청”…과잉수사 논란
경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의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3만여명이 돈을 내는 민노당 ‘미신고 계좌’의 모든 입금내역을 들여다보는 압수수색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다시 이 계좌의 전체 입금내역을 들여다보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과잉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12일 “민노당 미신고 계좌의 입금내역 모두를 볼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기각했다”며 “전체 입금내역 확보가 수사에 필요한 이유를 보강해 다시 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미 자동이체 혐의를 잡고 있는 전교조·전공노 조합원 293명 외에 민노당에 당비 등을 납부한 공무원을 추가로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들 조합원별로 계좌 추적을 벌여 269명이 2006~2009년에 모두 5800여만원을 민노당 계좌에 자동이체한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경찰이 민노당 계좌의 전체 입금내역을 열어볼 경우, 당비·후원금을 낸 이들의 신원이 그대로 수사당국에 노출돼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노당은 현재 3만5000여명의 당원이 자동이체 방식으로 당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전체 입금내역을 보겠다는 것은 당원·후원자는 물론, 당지를 구독하는 비당원 일반인의 신상정보까지 모두 공안당국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명단 색출을 핑계로 정당 활동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법원은 경찰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공개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불필요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취지로 잇따라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여러 수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는 명단과 민노당 계좌 입금자를 대조해 공무원만 가려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확인하려는 대상자의 규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민노당 계좌의 출금내역을 확인한 결과, 10억원가량이 당비 계좌가 아닌 소속 의원들의 개인 후원계좌 등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포착하고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민노당은 이와 관련해 “17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 후원금도 행정 착오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미신고 계좌를 통해 받았지만, 개별 후원금이 넘어간 각 의원들의 계좌는 모두 선관위에 신고된 공식 계좌”라고 반박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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