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3단체 ‘MB정부 인권백서’
[노동권] 비정규직 늘려 시장 유연화…“완화된 군사독재정권”
[노동권] 비정규직 늘려 시장 유연화…“완화된 군사독재정권”
지난해 8월6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노동자들은 77일간의 점거 파업을 끝냈지만, 조합원 303명과 연대투쟁에 참여한 322명 등 모두 62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사태로 87명이 구속됐다. 단일 노조의 파업사건으론 사상 최대의 구속자 수다. 70여명이 경찰·용역 등과의 충돌로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조합원 등을 상대로 22억6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등의 임금·부동산을 가압류하기까지 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노사관계 선진화’와 ‘활력 있는 노동시장’ 등을 표방했다. 하지만 이른바 선진화는 정책 합의에서 노조를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활력 있는 노동시장 정책은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리해고 요건 등을 완화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 결과, 노사갈등은 격화됐고 경찰력이 나서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쌍용차 사태’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민교협 등이 23일 펴낸 백서에서 “현 정부의 노사관계정책은 사실상 ‘노동배제정책’”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 수준은 ‘완화된 군사독재정권’이었던 노태우 정권기의 억압성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형사소추와 손해배상 소송의 동시 추진, 쟁의에 대한 공권력 행사 시 면책범위 확대 등 강경 일변도의 노동쟁의 억압 방침이 연이어 발표됐다.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사실상 노조를 무력화하는 일도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다.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노동법 개정은 일련의 사태의 정점에 있다.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는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 노동정책’을 이른바 선진화 모델로 삼는다. 시장자유주의 질서와 ‘법과 원칙’이라는 신보수주의 국가 행정의 결합이다. 노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뒤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모델이 몰락했음에도 현 정부는 낡은 이데올로기에 매달려 있다”며 “더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여러 차례 비판했던 ‘복수 노조 창구 강제단일화’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강행처리한 것은 80년대 영미식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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