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안타까운 사연들
천안함 실종자 46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실종자 중에는 2002년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박경수 중사가 포함돼 있다. 박 중사는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 보수장으로 탑승해 북한 함정과 마주보고 있던 사수가 쓰러지자 대신 기관총을 잡고 싸우다 총상을 입었다. 이 부상으로 그는 6년 가까이 항해에 나서지 못하다가, 1년 전 공포심을 이겨내고 다시 천안함에 승선했다. 그를 아는 한 지인은 “연평해전 이후 전역을 하려 했지만, 가족들 부양을 위해 다시 배를 타는 길을 선택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 중사는 2004년 부인 박아무개씨와 혼인신고 뒤 6살 난 딸을 두고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전역을 앞둔 사병들의 ‘미니홈피’에는 무사귀환을 바라는 지인들과 누리꾼들의 방명록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상 병장의 미니홈피 제목은 ‘전역복 입고 싶다’로 돼 있다. 이 병장의 홈페이지에는 28일 25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누리꾼들은 “얼른 돌아오셔서 전역복을 입으시라”(문지혜)며 생존을 비는 방명록을 남겼다. 함께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지인 김승현씨는 방명록에 “전역하고 술 한잔 하자던 약속 지켜라. 이병, 일병일 때 그 힘든 일 다 같이 했는데 지키자, 그 약속”이라고 적었다.
정범구 상병은 미니홈피에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리 사서함 ×× 해군 2함대 천안함 작전부 전자전병 상병 정범구’라고 주소를 적어놓고 “날려 날려 편지 날려 11월 제대 한참 멀어”라는 글을 남겨놓았다. 지인인 이응선씨는 믿어지지 않는 듯 “니가 왜 그래야 하나. 장난치지 말자. 휴가 나와라!! 이놈아”라는 글을 올렸다. 천안함에서 조리병으로 근무하며 전역을 불과 보름 남겨뒀던 이상희 병장과, 전역을 한달여 앞둔 지난 13일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을 면회했던 이상민 병장의 소식도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서대호 하사는 해군 부사관에 지원해 천안함 승선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경남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재학중 친구 아버지가 해군 원사로 재직하는 것을 인연으로 친구와 함께 해군 부사관에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이경미 기자,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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