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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주보, 영릉 훼손 우려…세계문화유산 취소될라

등록 2010-04-22 19:43수정 2010-04-22 22:11

경기 여주군 능서면 백석리의 여주보 공사 현장 주변 강바닥 위에 지난 20일 대형 크레인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경기 여주군 능서면 백석리의 여주보 공사 현장 주변 강바닥 위에 지난 20일 대형 크레인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집중점검 4대강 사업|한강]
전문가 “능과 주변경관 해쳐”…정부 “영향없어”
독일 ‘엘베계곡’ 현대식 다리 건설로 취소 전례
* 영릉 : 세종대왕릉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내양리~대신면 천남리 일대를 잇는 남한강 여주보. 높이 8m, 총연장 480m 규모로 설치된다. 앙부일구(해시계)의 형상을 반영한 여주보엔 소수력발전소도 설치되고, 부근엔 인공섬도 조성된다. 세종대왕릉인 여주 영릉에서 멀지 않아 인공섬 이름은 세종광장이고, 세종 때 만들어진 해시계·물시계 등의 형상도 설계에 반영했다.

그러나 여주보는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릉에서 2㎞가량,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불과 700m 떨어져 있다. 설계 당시부터 문화재 훼손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사적 195호인 영릉은 조선 왕릉 중 최초로 하나의 봉분에 왕과 왕비를 합장한 능이자 조선 전기 왕릉 배치의 기본이 되는 능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 왕릉은 능 자체는 물론 주변 경관까지 중요하므로 여주보 공사 때문에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황평우(49)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영릉 부근에 여주보를 설치한 것은 문화재에 대한 정부의 수준 낮은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계문화유산은 사방의 경관이 모두 중요한데, 여주보가 영릉 뒤쪽에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문화유산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영릉 부근에 여주보를 설치한 것은 수맥이 지나는 등 습기가 많은 곳에 묘를 쓰지 않는 전통 풍수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남한강가에 있는 광주시 미사리 선사유적(사적 제269호)이나 신륵사(보물 제180호)도 주변의 보 설치 등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물이 지반으로 침투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보 설치로 하천의 본류 수위가 3~4m 올라간다면 지하수 수위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은 공학적으로 검증돼 있다”며 “왕릉 주변의 지하수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보 설치로 인한 지하수위 상승, 그에 따른 왕릉의 영향 정도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이 지역의 지하수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릉 등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은 주변 환경이 크게 훼손되는 경우 등재 자체가 취소되기도 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경관을 지녔다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가 역사·자연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다리를 지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이남규 한신대 교수(고고학)는 “조선 왕릉은 세계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 데 대해서는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보를 막으면 습기가 많아져 영릉의 석물이나 토질 등에 영향을 주므로 과학적인 검토가 필요한데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주변의 문화재 보존 문제가 매우 중요한데도, 문화재 조사나 발굴 등 과정이 정부와 업체들에 의해 독점돼 전문가들이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문화재청은 “여주보는 영릉 뒤쪽이어서 영릉의 경관에 미치는 악영향이 거의 없다”며 “여주보가 설치되는 곳의 수면이 해발 30~35m 정도인데, 세종대왕릉은 해발 65~75m 높이에 있어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악영향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주/김기성 기자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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