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전입신고 뒤 기한 넘겨 이주’ 사전전입 논란
한정갑 후보 “살던 거주자 이사 일정 배려한 것”
한정갑 후보 “살던 거주자 이사 일정 배려한 것”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후보 공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서울 중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한정갑(55)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출마 자격을 얻으려고 서울 중구에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철만 되면 불거지는 출마자들의 ‘편법 전입신고’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26일 이 지역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31일 서울시 중구 필동의 ㄱ고시원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현행 공직선거법(제16조3항)은 선거 60일 전까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4월4일 이전에 전입신고를 해야 출마가 가능하다. 한 전 청장은 전입신고 뒤 한나라당에 중구청장 공천을 신청했고,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한 전 청장의 공천을 확정·발표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주소를 옮긴 곳의 주민들은 “한 전 청장이 전입신고를 한 뒤에도 8일가량 이전 입주자인 박아무개씨가 살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ㄱ고시원에 사는 강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지난 8일 이사왔는데, 같은 날 한 전 청장이 주소지를 옮겨놓았다는 방에서 이전부터 살던 사람들이 이사가는 것을 봤다”며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삿짐 트럭 기사 권아무개씨도 “8일 낮 12시30분께 박씨의 이삿짐을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로 옮겼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 제16조(1항) 규정에 따라 거주지 이주 전 사전 전입신고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전 전입신고’를 하면 위법이라는 뜻이다. 이 규정에 따라 한 전 청장이 합법적으로 4월8일에 전입신고를 했다면 선거법상 출마 자격이 없다.
한 전 청장이 전입신고를 한 ㄱ고시원의 방은 10㎡(3평) 안팎 크기에 월세 30만원가량을 내는 원룸으로, 한 전 청장은 이전에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ㅋ아파트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한 전 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1일 계약과 함께 입주 준비를 마쳤지만 이전에 살던 부부가 ‘이사관계로 일주일가량 시간을 달라’고 해 뒤늦게 들어간 것”이라며 “위장전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차장과 경찰종합학교장(2002·2005년), 충북·울산 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지난 20일까지 한국교통방송(TBN) 인천방송본부장으로 일해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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