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기억속의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시민추모식이 열린 23일, 추모식장 인근인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은 하얀 국화를 손에 든 노란 옷차림의 시민들로 알록달록한 ‘꽃길’이 됐다.
한아무개(38)씨가 두 아이, 남편과 함께 추모 대열에 서 있었다. 그 흔한 인터넷 추모 카페에도 가입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씨는 “그래도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솔직하고 담백한 대통령이 우리한테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가족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한씨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텔레비전 후보 토론에 나온 노 대통령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 노 후보는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확신에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한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처음 기대와 달리 ‘낮은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재임 중에 진행된 탄핵심판이나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때는 마음고생도 심했다. 퇴임 뒤 측근 비리 등이 불거지자 실망도 했다. “당시엔 너무 속상했어요. 하지만 돌아가신 뒤에는 그동안 그분이 했던 말들에 사실과 진심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커질 것 같아요.”
이날 시민추모식에는 한씨처럼 노 전 대통령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추모시를 읽은 고교생 박소민(17)양은 “국민들의 말을 잘 들어줬던 것과 대통령을 마치고 시골로 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아쉽게 보내드린 것 같아서 뒤늦게나마 자원봉사 등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거 당시 촛불집회에 나와 자원봉사를 했던 ‘예비군 부대’도 1년 만에 다시 나왔다. 예비역 방상준(29)씨는 “국민과의 소통, 지역주의 타파 등이 당시엔 그저 흔하고 진부한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런 말들이 갖는 의미가 새삼 다가오고, 그래서 ‘노통’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석재 이승준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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