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오(반야월) / 작사가
“군국가요 만든 것 유감…후회하고 있다”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 고개’, ‘아빠의 청춘’ 등 인기 가요의 가사를 쓴 반야월(93·사진·본명 박창오)씨가 9일 자신의 과거 친일 행적에 대해 사과했다. 반씨는 이날 자신의 고향 마산 출신의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연 간담회에서 “그때(일제 강점기)는 어떻게 할 수 없었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정말 유감이다”라며 “지금도 (그때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반씨는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 등 일본어로 된 군국가요를 만든 행적이 드러나 2008년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그는 “일제 말기 상황은 전시체제였고, 온갖 강압과 굴욕이 강요된 시대였으며 예술가들이 양심적으로 일제에 협력한 사례는 없었으며 대부분 마지못해 협력했다고 본다”며 “하지만 군국가요 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잘못된 길로 내몰렸다면 그분들께 폐를 끼친 만큼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친일 행적의 과보다는, 국가를 위해 공이 많은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그들을 함부로 외면해선 안 되며 이제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솔직한 평가를 통해 용서와 화합의 길을 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방남’이란 이름으로 가수 활동도 했던 박씨는 평생 5000여곡을 작사해 ‘이별의 부산정거장’과 ‘굳세어라 금순아’ 등을 작곡한 고 박시춘씨, ‘목포는 항구다’를 부른 가수 고 이난영씨와 더불어 ‘한국 가요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힌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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