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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소기업 신기술 ‘슬쩍’…뻔뻔한 한전

등록 2010-07-28 19:33수정 2010-07-28 22:23

BI에너지연구서 개발한 ‘물이용 냉방시스템’
‘수의계약’ 내세워 핵심정보 담긴 제안서 받아
허락없이 기술 이용…한전 “절차상 문제없다”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한 중소기업이 특허 출원 중인 신기술 정보를 가로채 자신들의 설비를 만드는 데 활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한전은 해당 중소기업에 수의계약을 해줄 것처럼 제안서 제출을 요구해 관련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은 뒤, 이 기업에 알리지 않고 해당 기술을 이용한 설비를 갖추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업체인 비아이(BI)에너지연구(대표이사 박병일)는 지난 1월 한전 남서울본부 변전운영팀의 연락을 받았다. 한전이 관리하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변전소의 변압기(전기공급장치) 냉방시스템이 부실해 이를 대체할 기술로 비아이가 개발한 ‘물을 이용한 냉방시스템’을 검토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비아이는 2008년 낮은 온도의 지하수나 수돗물을 끌어다 변전소 등의 열을 식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 기술은 언론에 보도됐고, 철도공사나 일부 공공기관에서 적용을 진행중이었다.

비아이 쪽은 한전의 요청에 현장 방문 조사 등을 거쳐 “냉방기술 적용이 가능하며, 변압기 유지비를 지난해 5400만원의 10분의 1 수준인 5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통보했다. 또 남서울본부가 관리하는 다른 22개 변전소도 입지 조건과 주위 환경에 맞춰 새 냉방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이후 한전 쪽은 이 시스템의 기술적 설명이 담긴 제안서와 견적서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핵심 기술 내용이 포함된 제안서를 받아본 뒤 한전 쪽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비아이 쪽은 주장했다.

박병일 비아이 대표이사는 28일 <한겨레>와 만나 “계약이 전제되지 않으면 핵심 기술 정보가 담긴 제안서를 줄 수 없다고 했지만, 한전 쪽이 ‘특허 기술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구두약속을 해서 제안서를 냈다”며 “하지만 이후 한전 쪽이 계약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대표는 지난 5월께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한전에 제출했던 냉방기술을 적용한 냉방시스템이 벌써 해당 변전소에서 시운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를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한달여 전에 한전이 자신들이 건넨 기술을 바탕으로 공사만 해줄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공고를 냈다는 점이다. 더구나 입찰 참가 자격을 서울지역 업체로 제한해, 경기도 부천시에 본사가 있는 비아이는 입찰 자격도 없었다.

박 대표는 “한전 감사실에 민원을 넣었더니, 애초 우리한테 처음 제안을 했던 직원을 통해 ‘수의계약은 특허 출원 단계가 아닌 등록 완료 때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수년간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개발한 기술을 이렇게 가로채고, 기업의 생존까지 흔들어놓는 게 거대 공기업의 생존 방식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박 대표는 “한전이 우리 기술을 토대로 에너지 절감 관련 사업의 노하우를 갖게 됐는데,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관련 사업을 주도하게 돼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쪽은 “먼저 제안서 등을 요청한 적이 없고, 특허 등록이 아니면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고 사전 통보를 한 뒤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반박했다. 한전 쪽은 이어 “정보를 얻어 해당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도의적 차원에서 비아이 쪽에 이해를 구하고 사과를 했다”며 “앞으로 해당 기술이 최종적으로 특허 등록이 되면 적절한 보상을 할 예정인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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