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 간부에게 성접대를 포함해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한겨레> 8월6일치 1·5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 간부들이 비위 사실이 불거진 뒤 징계를 피하려고 ‘윗선’에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6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아무개 전 과기평 선임본부장과 비자금 관리·집행을 맡았던 오아무개씨의 대화 녹취를 보면, 이 전 본부장이 오씨에게 “날 믿으면 어떤 식으로든 챙겨줄 거다. 먹고살 건 챙겨줘야지. 심지어 청와대 민정까지도, 진아무개 수석한테까지 가서 다 얘기해주고 했거든…”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가 끝나 징계 절차가 진행되던 때였다.
이 전 본부장은 또 앞서 오씨가 이미 경찰 수사로 벌금 1천만원 형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일사부재리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기평) 고문변호사에게 소명자료를 위한 법리해석을 받으라”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알려줬다. 이 본부장은 오씨에게 “나도 같이 해임된다고 생각하고 엘이디(LED·발광다이오드) 쪽에, 광고 관련 굉장히 큰 곳과 (오씨의 취직 자리를)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씨가 “본부장님 믿고 가면 되는 거냐”고 거듭해서 묻자, 이 전 본부장은 “총리실과 교과부에서 나까지 해임시키라고 계속 하고 있다. 이인규 지원관이라고 총리실 공직기강 쪽에서, 거기서도…. 냉정하게 생각하고, (당신이) 먹고살 건 어떻게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며 오씨를 회유하기도 했다.
과기평 임아무개 감사부장도 지난 4월 오씨가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여기까지 온 걸 인정하냐’고 묻자 “오형이든 이 본부장이든 기관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기관에서 감싸고 어떻게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가 진행되기 한 해 전에 경찰과 검찰이 횡령한 돈의 사용처를 조사하고도 횡령·성접대에 연루된 이들의 형사처벌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도 의문이 쏠리고 있다. 과기평의 한 내부 관계자는 “2008년 수사 당시 경찰·검찰에서도 사용처를 다 조사했다”며 “오아무개 팀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빼돌린 게 아니라는 점이 입증돼 벌금형을 받았고, 이런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 팀장에게 횡령을 지시하거나 성접대 등을 받은 사람들은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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