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장비 규정 개정안 신·구 비교
물대포·다목적 발사기 등도 사용요건 완화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지향성 음향장비’ 도입 말고도 경찰이 추진중인 대통령령 개정안에는 시민들의 집회·시위에 한층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비 사용 지침 등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집회·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이런 장비와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는 우선 기존 ‘살수차’를 ‘해산용 물포’로 이름을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물뿌리개차’(살수차)로 인식되던 ‘물포’를 이참에 정식 명칭으로 바꿔 본격적인 시위·진압 장비로 쓰겠다는 것이다. 또 대간첩·대테러 작전 등 최소한의 범위에서 쓰도록 했던 ‘다목적 발사기’를 사실상 일반 집회·시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다목적 발사기는 소총 형태로 스펀지·고무·가스·조명탄 등을 쏠 수 있는데, 지난해 쌍용차 파업 때 스펀지탄을 맞은 노조원이 한동안 정신을 잃고 스무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이 장비의 안전성 논란이 커지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이번에 사용 범위를 더 확대하는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경찰은 집회·시위를, 보장해야 할 시민적 자유가 아니라 막고 진압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강경 대응이 또다른 폭력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개정안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지향성 음향장비와 관련해 경찰은 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방송용으로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비를 도입하며 일반 스피커 명목으로 구매했다는 사실(<한겨레> 5일치 9면)이 알려지자,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고음 기능을 장착하지 않고 방송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며, 따라서 개정안 통과 전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찰의 이런 설명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지향성 음향장비 개발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그 장비는 언제든지 시위대 해산용 ‘경고음 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며 “‘방송용’이나 ‘경고음’ 등의 정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모호한 변명으로 논란을 피하려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홍석재 임지선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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