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려(31) 경장
월드컵 자원봉사 인연으로 도전
“다문화 여성들 어려움 덜어줄 것”
“다문화 여성들 어려움 덜어줄 것”
“귀화자라서 안 뽑아주는가 했는데, 4전5기 끝에 진짜 경찰이 됐습니다.”
15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새내기 경찰 이춘려(31·사진) 경장이 졸업장을 받았다. 중국동포 출신으로 2004년 귀화한 이 경장은 6년 남짓동안 5번의 도전 끝에 ‘진짜 경찰’이 됐다.
2001년 남편 강봉석(41)씨와 결혼을 위해 제주로 건너온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자원봉사를 하면서 경찰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중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제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유창한 중국어 구사 인력이 없던 경찰 쪽에서 그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뒤 제주 경찰은 중국인 유학생 절도사건, 중국 해적선박 나포 사건 등이 났을 때도 그에게 통역 도움을 청해왔다.
그는 이때부터 ‘경찰이 돼서 정식으로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2004년 처음 외사계 특채 선발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제대로 준비를 하기 위해 3년간 제주대 대학원에서 동시 통역을 전공했다. 말에 섞여 있던 사투리도 완전히 교정했다. 2008년 두차례, 2009년 한 차례 다시 경찰에 도전했지만 잇따라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 경장은 결국 ‘253기 신임 외사계 특채’ 합격자가 됐다. 무려 ‘116대1’의 경쟁을 뚫었다. “8년 넘게 한국의 말과 문화를 열심히 공부한 게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아서 너무 기쁘죠.”
이 경장은 2008년 한 중국인 유학생이 길에서 주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썼다가 추방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사전에 중국어로 법률 지식을 알릴 수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텐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힘쓰고 싶어요.”
18일부터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근무하는 이 경장은 “다문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거나, 동시통역 전공을 살려서 경찰의 국제 업무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욱(25)·박연춘(41) 경장 등 귀화한 중국 동포 2명도 이날 정식 경찰이 됐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