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교하읍 ‘심학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꼭대기에 오른 시민들이 한강 하구에 펼쳐진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북한산 둘레길 등 도심 지역에서
수변로·해안로 등 이색 명소까지
걷기열풍 타고 전국 100여개 ‘손짓’
수변로·해안로 등 이색 명소까지
걷기열풍 타고 전국 100여개 ‘손짓’
산악인 김홍빈씨를 비롯한 광주 시민 1000여명이 지난 2일 무등산 자락인 광주 동구 용연마을 들머리에 모여, 무등산을 한 바퀴 도는 ‘무돌길’을 열었다. 안내판에는 4년 남짓 지도와 문헌을 뒤져 찾아낸 15개 구간 50㎞를 새겼다. 이들은 맨 처음 열린 뱀골길 10리를 1시간 동안 느릿느릿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시민 마진열(45·광주 임동)씨는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이렇게 아기자기한 길이 숨어 있는 줄 미처 몰랐다”고 반겼다. 무돌길은 100년 전 산자락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이었다. 해발 200~400m 능선을 오르내리며 완주하는 데 18시간쯤 걸린다. 걸어본 이들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순환버스도 곧 생길 예정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와 북녘 땅, 북한산·도봉산 능선까지 조망할 수 있는 경기 파주시 심학산(194m)에 최근 들어선 ‘심학산 둘레길’도 한창 인기다. 중턱 숲 사이로 너비 1m 남짓 길이 열리면서 주말이면 인파가 몰리고, 파주시가 산기슭 빈터에 만든 임시 주차장엔 차량들이 빽빽하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서 비롯된 걷기 열풍을 타고 전국 곳곳에 집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작은 길’들이 열리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구름길’, ‘나들길’, ‘여울길’, ‘갈대길’, ‘산소길’, ‘매화길’, ‘달맞이길’ 등 온갖 예쁜 이름으로 길들을 앞다퉈 내고 있다. 해안이나 강을 따라 걷거나 산기슭을 타고 도는 길도 등장했다. 이름이 알려진 길만 100여곳에 이른다.
이런 길들은 정상을 향하는 등산로와는 달리 완만하고 평탄하다. 집과 도로에서 가까워 접근하기 쉽고 들·산·물이 어우러져 풍경이 다양하다. 어린이도, 노인들도, 연인들도 편안하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주말이면 몰려든 인파로 일방통행을 해야 하는 구간이 생길 만큼 새로운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 중부권 대전 대덕구 ‘로하스길’은 신탄진~미호동 사이 금강가 1518m에 개설한 수변 산책로다. 봄이면 벚꽃, 진달래,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어둠이 내리면 35m 간격으로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이 색다른 분위기를 준다.
강원도는 2013년까지 335억원을 들여 동해안과 비무장지대, 백두대간, 북한강, 남한강 등 5대 권역에 786의 ‘산소길’을 만들고 있다. 16일엔 양양읍 내곡리의 ‘38선 산소길’(6), 17일엔 정선 병방치의 ‘동강 산소길’과 영월 삼옥리의 ‘동강 섭세길’에서 걷는 행사가 펼쳐졌다.
■ 남부권 부산의 ‘영도 둘레길’은 중앙동역~해양대~태종대~절영해안~자갈치역에 이르는 23㎞ 구간이다. 이 가운데 3.3㎞의 절영 해안 구간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멀리 가덕도를 넘어가는 장엄한 일몰이 일품이다. 4.3㎞의 태종대 순환로에선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가 표현했던 <해돋이> 같은 인상적인 일출도 볼 수 있다.
대구엔 ‘팔공 올레’ 9코스가 열렸다. 가을에는 제4코스인 평광동 길이 좋다. 이 길에선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화제의 나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첨백당에는 해방 기념으로 심은 ‘광복소나무’가 있다. 재바우농원에선 최고령 홍옥나무를 구경할 수 있다. 경북 영덕군 ‘블루로드’는 쪽빛 바다와 푸른 해송 사이를 걷는 길이다. 영덕 바닷길에 항구와 풍력발전단지, 해수욕장, 한옥마을 등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바다향을 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이 구간 일부를 따라 걷는 ‘영덕 달빛산행’도 인기다. 경남 창원시는 밤밭고개에서 중리역까지 21㎞의 ‘무학산 둘레길’을 개설했다. 무학산과 바다 사이로 좁고 길게 형성된 옛 마산 시가지, 가곡 <가고파>에서 노래한 ‘내 고향 남쪽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 수도권 경기 오산시는 6개 코스 84㎞를 개발하고 <이야기 따라 걷는 오산의 여섯 여행길>이라는 책을 만들어 나눠줬다. 여주군은 남한강변을 따라 나루와 갈대, 습지가 어우러진 55㎞의 ‘여강길’을 조성했다. 경기 수원에선 ‘녹색 도시 회랑’ 사업이 한창이다. 광교산과 칠보산을 잇는 ‘녹색건강길’, 수원천 등 4개 하천에 ‘하천 회랑’, 팔달산을 중심으로 화성행궁을 연결한 ‘역사회랑’, 주요 산 주변에 ‘산림지역 둘레길’이 조성된다. 인천시는 2013년까지 계양산~천마산~원역산~문학산~청량산을 잇는 녹지 300리 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선상규(65) 한국걷기연맹 회장은 “생활은 윤택해졌으나 세태가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 여유와 안정을 찾는 것을 갈망하게 됐다”며 “코스나 시설이 너무 가공되면 다음에 가기 싫어하는 만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전국종합 okahn@hani.co.kr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영덕해맞이공원’ 등대 아래로 바다로 내려가는 산책로가 나있다. 영덕군 제공
대구엔 ‘팔공 올레’ 9코스가 열렸다. 가을에는 제4코스인 평광동 길이 좋다. 이 길에선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화제의 나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첨백당에는 해방 기념으로 심은 ‘광복소나무’가 있다. 재바우농원에선 최고령 홍옥나무를 구경할 수 있다. 경북 영덕군 ‘블루로드’는 쪽빛 바다와 푸른 해송 사이를 걷는 길이다. 영덕 바닷길에 항구와 풍력발전단지, 해수욕장, 한옥마을 등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바다향을 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이 구간 일부를 따라 걷는 ‘영덕 달빛산행’도 인기다. 경남 창원시는 밤밭고개에서 중리역까지 21㎞의 ‘무학산 둘레길’을 개설했다. 무학산과 바다 사이로 좁고 길게 형성된 옛 마산 시가지, 가곡 <가고파>에서 노래한 ‘내 고향 남쪽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국 주요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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