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람보(51)
그의 오른 손목에는 황금별 다섯개가 새겨져 있었다. 경찰 근무 5년마다 별을 하나씩 새겼으니 벌써 25년이 넘은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지역 경찰국장인 세실 람보(51·사진). 한국인과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살아온 지 50년 만에 그는 반쪽 고향 땅을 밟았다.
그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왼쪽 어깨에 미국 경찰 간부를 상징하는 두개의 금빛 별 문장이 반짝이지만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기억 속에 서울 역시 “거기서 태어난 걸”로 기억하는 곳이다.
그는 경찰청이 한인 출신 외국 경찰들을 위해 18~22일 주최한 ‘해외 한인경찰 초청 행사’로 처음 고국을 찾았다. 모국에 대한 그의 기억은 홀트아동복지회 출생기록부가 전부다. 친부모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다. 제2의 고향을 만들어준 미국의 양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양어머니는 91살이다.
그는 늘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국 음식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갈비랑 김치예요. 김치를 만들어 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 ‘김치 만들기’ 시간이 있어서 잘할 수 있을지 너무 기대됩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 대해서는 애증이 교차한다. ‘어머니의 나라’지만,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나라. 하지만 그는 평생의 업이 된 경찰도 그 나라 덕분으로 여길 만큼 겸손하다. “엘에이 카운티에서 구조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의 지역경찰에 해당하는 보안국에 원서를 넣었는데 다행히 연락이 왔다. 한국을 포함한 소수인종 특별채용 기회 덕분인 것 같다.”
한국 태생이란 사실을 당당히 밝혀온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즈음해 한국에 초청받아 감회가 크다고 했다. “골퍼 최경주 선수처럼 한국인이나 한국 대표가 우승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 남모르는 애정을 느끼죠. 나의 성공 배경에 숨은 혈통이 있다는 긍지를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진보와 발전이 있으면 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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