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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마지막 빨치산 할머니, 3년전 눈감은 남편 ‘간첩 누명’ 벗기다

등록 2010-10-21 08:55

‘마지막 여성 빨치산’으로 알려진 박순자씨와 그의 남편 최상원씨. 최씨는 조작간첩 사건 조사 때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2007년 세상을 떠났다.  박순자씨 제공
‘마지막 여성 빨치산’으로 알려진 박순자씨와 그의 남편 최상원씨. 최씨는 조작간첩 사건 조사 때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2007년 세상을 떠났다. 박순자씨 제공
마지막 빨치산 할머니 ‘사부곡’…
“혹독한 고문탓 허위자백”…법원 ‘무죄 판결’ 끌어내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1972년 1월11일 새벽, 경찰이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쳤다. 남편 최상원(당시 48살·2007년 사망)씨가 끌려갔다. 부산북부경찰서는 며칠 뒤 남편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집으로 통보했다. 최씨가 고정간첩 활동을 하며 “이남(남쪽)도 ‘공산주의 사회가 돼야 잘살 수 있고,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북한을 찬양했다는 게 이유였다.

‘마지막 여성 빨치산’으로 알려진 박순자(79·호적명 박수분)씨는 함께 오랜 기간 통일운동을 해 온 남편이 고정간첩이라는 경찰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한눈에 봐도 남편이 혹독한 고문을 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면회 때 걸음을 제대로 뗄 수 없어 양쪽에 부축을 받고 나왔어요. 남편은 ‘경찰이 방망이로 때리고, 정신을 잃으면 물을 부은 뒤 무릎 아래에 몽둥이를 끼우고 발로 밟는가 하면 조사받는 내내 계속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어요.”

당시 부산시경 대공분실에 근무했던 임아무개 수사관도 “때려도 야무지게 때려야 바른말을 하는데, ‘호랑이를 잡는다’며 관행적인 고문이 있었고 이 사건도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남편 최씨는 결국 자백이 그대로 인정돼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4년(자격정지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고문 후유증을 앓고 살았던 최씨는 2007년에 숨졌다.

하지만 박씨는 평생 통일운동에 몸 바쳐온 남편을 ‘간첩’이란 멍에를 씌운 채 떠나보낼 수 없었다. 최씨가 사망한 이듬해 박씨는 ‘남편이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했다’며 대구고등법원에 재심을 요청했고, 법원은 2년여 만에 최씨한테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7일 “최씨가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심한 고문과 협박으로 자백을 했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을 앓았고, 법정 싸움에 큰돈을 쓰면서 집안이 결딴 났다”며 “고문으로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한 가정을 파탄낸 정부가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판결 이후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박씨에게 알려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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