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년예산 시위진압에 ‘골몰’
경찰이 내년에 쓸 예산을 국회에 신청하면서 진압장비 구입 비용 등 집회·시위 관리를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린 반면, 전·의경 급식비는 끼니당 57원만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통인 조현오 경찰청장이 집회·시위 대응 예산 증액에 치중하고 내부 처우개선은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장세환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1년도 경찰 예산안 주요사업 설명자료’를 보면, 경찰은 내년 집회·시위 관리를 위한 장비 구입에 66억4000만원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올해보다 20억3900만원(44.3% 증가)이 늘어난 규모다.
새로 구입하겠다는 장비에는 ‘물대포’로 불리는 살수차 2대(총액 4억8000만원), 차벽 트럭 9대(9억9000만원), 최루액인 캅사이신 희석액 6150ℓ(1억2300만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경찰은 15억원가량을 들여 ‘총기 보조장비’로 쓰이는 전자충격기와 가스분사겸용 경봉도 900자루와 1900자루씩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조현오 청장은 취임 당시 “과격하게 보일지 몰라도 경찰과 시위대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쓰일 정보채증 차량 10대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2억4000만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특히 경찰은 이 장비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야간 옥외집회 허용에 따른 변형집회에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집회·시위 현장에 집중 투입될 경찰관 기동대의 운영비용도 180억원으로 올해보다 52억원가량 늘려잡았다. 경찰은 “올해보다 12개가 늘어난 50개 기동대의 운영비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범죄자들의 유전자(DNA) 은행 설치를 위한 예산 71억원도 이번에 새롭게 포함됐다. 지난 7월26일 흉악범의 디엔에이를 영구보관한다는 이른바 ‘디엔에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감식시약 등 재료비와 정보 관리시스템 구축 등으로 올해보다 63억6500만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의경이나 일선 경찰관 등의 처우에 대한 예산은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전·의경들의 급식비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내년에 전·의경 하루 급식비로 5820원(한끼 1940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올해 5650원(한끼 1883원)과 비교하면 한끼당 57원이 오른 셈이다. 지난해 5399원(한끼 1800원)에서 올해 83원이 오른 것과 견줘도 인상률이 낮아졌다. 서울지역 공립초등학교 학생들의 평균 급식비용은 한끼에 2261원이고, 유치인 수감자도 한끼에 2000원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경찰이 시위 강경 진압에 맞춰 무리한 예산을 짜다보니, 꼭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쓰임새를 꼼꼼히 따져 시민과 경찰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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