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 노동계의 불법 정치자금이 유입된 혐의가 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수사의뢰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선거 때 받은 후원금 가운데 불법성이 있는 정치자금이 있는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5일 경찰과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에서 자금 관리를 담당했던 일부 간부들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채, 거액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조사하고 있다. 선관위가 고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례는 모두 5건인데, 이 가운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관련된 3건은 영등포경찰서가, 곽노현 교육감과 관련된 1건은 구로경찰서가 수사중이며, 농협노조(옛 축협노조)가 국회의원·정당에 후원금을 기부한 의혹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진보신당 살림실장 김아무개씨는 지방선거 당시 자금을 관리하면서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개인계좌를 통해 10개 노조 조합원들의 불법 후원금 1억5716만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조직부장 서아무개씨와 전 회계책임자 오아무개씨 등은 금호생명과 현대제철 등의 노조원들에게서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통해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이들을 조사중인 영등포서 관계자는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불법행위가 입증될 경우 예외 없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구로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산하 비정규직 후원회장인 황아무개(41)씨가 곽노현 당시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계좌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445만원을 입금한 것의 불법성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이날 논평을 내어 “지난달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수사의뢰한 사건은 모두 125건인데, 이 가운데 경찰이 내사중이라고 밝힌 사건은 진보 정당, 진보 교육감과 관련된 5건뿐”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민주노동당보다 고발 건수가 훨씬 많은 한나라당은 눈감아주고 진보 정당만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쪽은 “선거운동 기간에 수천명이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보내왔고 모두 적법 절차에 따라 영수증을 발급했다”며 “후원금을 입금한 사람이 누구인지, 차명으로 들어온 것인지 여부는 우리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가 ‘농협중앙회가 직원 3600명을 동원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18명에게 1인당 2000만원씩 모두 3억6000여만원을 전달하려 했다’며 수사의뢰한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별도로 내사하고 있다. 경찰은 농협중앙회가 이번에 전달하려던 후원금 외에 과거에도 이런 방식으로 후원금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재 이재훈 이세영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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