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글로 지나친 징계”
경찰 수뇌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직·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일선 경찰관들이 징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법원이, 내부 ‘쓴소리’를 막으려는 경찰의 무리한 징계에 제동을 건 셈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서태환)는 ‘경찰 수뇌부 비판’ 등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려 지난해 11월 파면된 양아무개(46·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대치지구대 소속) 전 경사가 낸 파면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파면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양 전 경사가 “계급이 깡패인 시대는 지났다”는 등 경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하는 글을 37차례 올린 사실 등을 문제 삼아 양 전 경사를 파면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 전 경사가 제안·비판을 넘어 저속한 표현으로 상급자를 비하하여 위계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경찰 내부망에 글을 게재한 만큼 일반인에게 경찰의 명예나 신뢰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지 않고, 19년간 징계없이 4차례나 경찰청장 표창 등을 받은 원고에게 파면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판결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8일에도 ‘수뇌부 비방’ 등을 이유로 해임됐던 경기도 안산시 상록경찰서 소속 박아무개(43)가 낸 해임처분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 직원들만 볼 수 있는 내부 통신망에 마련된 처우·제도 개선 코너에 구체적 사례를 적시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임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지나치게 무거운 처분”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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