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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립성 일그러졌고 청렴성 어긋났으며 수사의지는 없었다

등록 2010-12-26 19:52수정 2010-12-27 08:12

2010 부끄러운 자화상 ① 검찰
이명박 정권 3년차인 2010년 한 해 내내 검찰은 ‘부실수사’와 ‘눈치보기 수사’라는 두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등 정권 초기에 진행된 사건에서 과잉수사 논란을 빚었다면, 정권 중반으로 접어든 올해엔 권력과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에서 ‘부실수사’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검찰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질질 끌다가 최근에야 겨우 구속 기소했다. 천 회장이 기소될 때까지 수사 실무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검사가 3명이나 바뀌었다. 천 회장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을 위해 로비를 한 사실은 없었다는 게 수사의 결론이지만, 로비 없이 돈만 오고간 사건을 처리하는 데 3년여가 걸린 셈이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불리는 효성그룹 2세들의 회삿돈 횡령 의혹이 불거진 뒤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을 받았다. 여론의 질타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핵심 공소사실의 공소시효가 지나 최근 법원의 면소 판결에 빌미를 줬다.

청와대 등 권력 핵심의 연루 정황이 드러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선 수사를 미적대다 ‘의도된 실패’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랜저 검사’나 ‘스폰서 검사’처럼 검찰 내부를 흔들고 사회적 공분을 낳은 굵직한 사건에선 ‘봐주기 수사’라는 눈총을 샀다.

건설업자한테서 사건 청탁 대가로 그랜저를 선물받은 정아무개 검사는 뇌물 혐의로 고발됐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고발된 지 1년3개월이 지난 올해 7월에 무혐의 처분을 했다. 묻혀질 뻔했던 사건은 지난 10월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고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11월에 특임검사는 재수사를 시작했고 정 검사가 건설업자에게서 1600만원을 추가로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그를 구속 기소했다.

180도로 바뀌어버린 수사 결과를 놓고 검찰 일각에선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한 달에 200건씩 처리해야 하는 형사부의 현실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형사부 한계론’도 나오지만, “수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냐”라는 반박 앞에선 논리가 궁색해 보인다. 한 변호사는 “검사 한 명이 수사하면 무혐의이고, 네 명이 수사하면 구속이냐”라며 “검찰의 의지에 따라 사건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조차 ‘실패한 수사’라고 자인한 민간인 사찰 사건은 수사 의지의 박약을 드러낸 경우다. 형사1부를 주축으로 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의뢰를 받고 4일이 지나서야 총리실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중요 자료가 모두 인멸된 뒤였다. 늑장 압수수색은 민간인 사찰의 배후나 윗선을 밝히지 못한 수사 실패로 이어졌다. 검찰은 특히 증거인멸을 실행한 총리실 직원에게 청와대 최아무개 행정관이 ‘대포폰’을 건넨 사실을 밝혀내고도 핵심 참고인인 최 행정관을 서울 시내 호텔에서 조사하는 굴욕적인 모습까지 보였다.

이와 반대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뇌물 사건 수사는 ‘정치 풍향계’에 민감한 검찰의 과잉수사를 보여준 사례로 지적된다. 특히 검찰은 5만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뒤 건설업자 한아무개씨한테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를 새로 기소했지만, 한씨가 법정에서 “검찰에서 거짓진술을 했다”고 증언하면서 더욱 큰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검찰 안팎에선 이런 일련의 수사를 놓고 ‘결국 문제는 검찰의 무능이 아니라 수사 의지’라는 의견이 많다. 이명박 정권 초기 정치적 사건에 검찰이 전력을 다해 매달리던 행태와 비교해 볼 때, 검찰 조직이나 정권에 불리한 사건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게 검찰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그랜저 검사나 민간인 사찰 사건은 검찰 수뇌부가 사건 배당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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