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앞줄 맨 오른쪽)과 전국 부속기관장, 지방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무궁화실에서 열린 전국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씨 접촉’ 자진신고…“대부분 강희락 지시, 위법행동은 없어”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금품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 총경 이상 간부 41명이 함바집 운영업체 대표 유상봉(65·구속 기소)씨와 접촉했던 사실이 경찰 자체 조사에서 확인됐다.
경찰청은 12일 “전국의 총경급 이상 간부 560여명을 대상으로 ‘유씨 접촉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모두 41명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당시 상급자의 지시와 개인적 친분 등으로 유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신고해왔다”며 “하지만 수사나 징계 사유에 이를 만한 위법한 행동을 했다는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41명을 제외한 나머지 520여명은 유씨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41명 가운데 대부분은 아예 만남 자체를 거절하거나, 저녁식사 자리 등에서 만났지만 청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씨에게 건설현장 소장 등과의 만남을 알선한 뒤 대가로 포도주를 받거나, 주선을 거절했는데도 택배로 보내온 홍어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유씨와 접촉한 간부들 가운데 대부분은 강 전 경찰청장의 지시를 따랐지만,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다른 전·현직 고위 간부의 지시에 따라 유씨를 접촉한 사람도 6명 있었다고 전했다. 유씨와의 접촉 사실을 신고한 경찰 간부는 대개 일선 서장급으로, 강 전 경찰청장의 근무지였던 서울·경기·부산·경남 등에서 건설현장이 집중된 곳을 담당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총경급 이상 간부들이 유씨의 전방위 로비 대상이 된 데 곤혹스러워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등 상급자의 지시라면 법과 규정을 떠나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관행을 끊기 위해 지휘관들의 권한 오·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내부고발자 특진제 도입과 문제 지휘관의 지휘권 박탈 등으로 투명한 조직 시스템 구축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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