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연(왼쪽 안경 쓴 이) 전 충주 성심학교 교감이 지난 2일 스리랑카 구르나갈레에 있는 유치원 ‘타이디 프리스쿨’의 입학식에 참석해 한 교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국제협력단 제공
‘청각장애인 야구’ 초석다진 조일연 성심학교 전 교감
사회 적응에 보탬이 되도록
청각장애인 첫 야구단 창단
이들이 뛸 각종 대회도 마련
최근 스리랑카서 봉사 시작
현지 학생들 교육위해 투신
사회 적응에 보탬이 되도록
청각장애인 첫 야구단 창단
이들이 뛸 각종 대회도 마련
최근 스리랑카서 봉사 시작
현지 학생들 교육위해 투신
“청각장애인을 왜 ‘농아’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는 조일연(57) 전 충주 성심학교 교감은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그는 9년 전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성심학교에서 테니스공 몇 개로 국내 첫 청각장애인 야구팀을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용이 하늘로 오를 때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나는데, 정작 용은 그 진동 소리를 듣지 못하고 대신 신비스런 진리만 골라 듣는 귀는 가졌대요. 청각장애인들이 ‘용(龍)의 귀(耳)’를 가졌기 때문에 ‘농(聾)아’라고 불리우는 게 틀림없어요.”
장애인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달리, 그가 처음 마주한 장애인들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성심학교에 부임했을 때,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이 그렇듯 성심학교 아이들도 학습 능력이 이른바 ‘10살의 벽’이라는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이들은 사회에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사회도 그런 아이들을 품어줄 만큼 넉넉하지 않았다.
조씨는 ‘침묵의 사인’만으로도 서로 통할 수 있는 야구가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2002년 4월, 성심학교 곳곳에 알림 글이 붙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중3 박○○ 학생에게 이름을 적어내세요. 교감선생님 씀.’ 성심학교에서 야구는 이렇게 시작됐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그는 교사 은퇴 뒤 제3세계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해보겠다는 꿈도 잠시 접었다.
야구부 아이들은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나갔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서 한국농아인야구대회와 아시아 첫 국제청각장애인야구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그 사이 청각장애인 야구단은 14개로 불어났다. 최근엔 성심학교 야구부 이야기가 ‘글러브’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되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된다는 걸 아이들이 되레 저한테 가르쳐줬어요. 이런 걸 보면 아이들이 진리를 가려 듣는 ‘용의 귀’를 가진 게 틀림없는 것 같아요.”
직접 설립해 부회장직을 맡아 온 대한농아인야구협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조씨는 지난해 12월 스리랑카 바타라물라로 훌쩍 떠났다. 그동안 미뤘던 해외봉사를 위해 외교부 산하 국제협력단(KOICA)에 합류한 것이다.
“스리랑카 산간벽지나 다른 언어를 쓰는 지역의 학생들까지 보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학교장 연수과정 개발에 힘쓸 생각입니다. 내가 필요한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돕기 위해 도전하는 거죠.” 오랜 세월 구상했던 꿈을 찾아 떠난 그였지만, 야구로 시련을 이겨내고 희망을 얻는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는 뒤에서 아빠가 잡아주면 안심하잖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손을 놓아도 아빠의 손길이 있다고 믿으면서 잘 타지요. 저는 아이들이 그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믿습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스리랑카 산간벽지나 다른 언어를 쓰는 지역의 학생들까지 보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학교장 연수과정 개발에 힘쓸 생각입니다. 내가 필요한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돕기 위해 도전하는 거죠.” 오랜 세월 구상했던 꿈을 찾아 떠난 그였지만, 야구로 시련을 이겨내고 희망을 얻는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는 뒤에서 아빠가 잡아주면 안심하잖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손을 놓아도 아빠의 손길이 있다고 믿으면서 잘 타지요. 저는 아이들이 그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믿습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