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모여 위험천만한 불법 자동차 경주를 일삼아온 폭주족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 중엔 현직 카레이서뿐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 프로골퍼, 의사, 군 장교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적발된 운전자들의 면허를 모두 취소하고 2년간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강력한 대처 방안을 내놨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는 24일 일반 도로에서 불법 자동차 경주를 벌인 혐의(도로교통법의 공동위험행위 등)로 5개 자동차 경주 모임에서 활동해온 폭주족 205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무면허로 불법 자동차 경주를 벌이다 동승한 여자친구에게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힌 박아무개(26·의사협회 직원)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2008년부터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강원도 태기산 등을 오가며 400m 직선도로를 최대 시속 200㎞로 달려 승패를 가리는 ‘드래그 레이스’를 벌이는 등 모두 700여차례의 불법 자동차 경주를 벌여 주변 차량의 교통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이 남산 소월길 등 내리막길에서 최대 시속 140㎞로 달리는 ‘와인딩 레이스’와, 올림픽대로 등에서 고속 주행으로 일반 차량 사이를 지그재그로 끼어들며 추월하는 ‘공도 배틀 레이스’ 등을 번갈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현대 투스카니와 제네시스 쿠페 등 국산 스포츠카는 물론 포르셰, 카레라 에스(S), 페라리 360, 베엠베(BMW) 335아이(i)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경주에 나섰으며, 일부는 배기량 1400㏄짜리 국산 소형차를 튜닝해 고급 스포츠카와 맞먹는 속도를 내며 경쟁하기도 했다.
경찰에 적발된 사람들 중엔 프로 카레이싱 선수인 모아무개(31)씨를 비롯해 프로야구 선수 고아무개(27)씨, 프로골퍼 최아무개(24) 등 현역 운동선수들도 있었고, 의사와 해병대 현역 장교, 공익근무요원, 가정주부, 고등학생 등도 포함됐다. 신아무개(37)씨 부부의 경우 지난해 9월 자동차 경주 영화를 본 뒤 12살짜리 딸과 함께 인천 북항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아무개(28)씨는 불법 경주에서 사고로 전치 32주의 부상을 입은 경험이 있는데도 다시 ‘폭주’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지금껏 불법 자동차 경주는 과태료 처분에 그쳤는데, 이번엔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판단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처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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