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규채(52)
담양 찍어온 사진작가 라규채씨
사진집 펴내고 5월에 전시회도
사진집 펴내고 5월에 전시회도
“처음엔 대나무의 조형미를 찍었지요. 이제는 비움의 정신을 담으려 애씁니다.”
대나무 사진작가 라규채(52·사진)씨는 20여년 동안 고향인 전남 담양의 자연 풍경과 문화 유적을 찍어왔다.
고교 1학년 때 담임교사한테 카메라를 배우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91년 담양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줄잡아 3만여장의 고향 풍광을 축적해왔다. 유나히 큰눈이 잦았던 지난달에는 대나무가 우거진 죽녹원에서 거의 살다시피했다. 대숲에선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불 때 더없이 멋진 장면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옛 선비들은 대나무를 통해서 곧음과 비움을 배웠어요. 사철 푸르름에서 변하지 않는 지조도 자연스럽게 본받구요.”
그는 5월 담양과 광주에서 안개낀 대나무밭 풍경 등을 담은 사진전을 마련한다. 10여년 전부터 ‘죽(竹), 그 푸른 정신을 보다’ ‘천년의 푸른 향’ 등으로 열어온 대나무 사진전의 연작인 셈이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연 다섯번째 개인전 ‘대숲은 공(空)하다’로 ‘2010년 사진, 오늘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누각과 정자로 사진의 대상을 넓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산실인 식영정·송강정·면앙정 등 누정 17곳의 사계를 담은 사진집 <대나무골 누정>도 펴냈다. 그는 고향의 원형을 보여주고자 대숲과 누정에 이어 농촌 마을의 빈집에도 렌즈를 갖다댈 계획이다.
“20여년 동안 백두산부터 독도까지 전국 곳곳을 누볐어요. 더러는 외국에도 출사를 나갔지요. 최근 4~5년 동안엔 고향을 떠나지 않았어요. 찬찬히 들여다보니 진정으로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고향이더라구요.”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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