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기념 사진전을 찾은 대전시민들이 생전의 김 추기경 모습을 보며 추모하고 있다.
노동자·가난한 이들의 ‘버팀목’
생전 모습 담은 120여점 전시
불교·기독교인들도 추모행렬
생전 모습 담은 120여점 전시
불교·기독교인들도 추모행렬
[사람과 풍경] 대전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사진전
사람들은 눈길을 걸어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는 전시장에 들어섰다. 나이든 부부, 중·고등학생들, 어린 아이들을 앞세운 젊은 엄마들은 신발에 묻은 눈을 털고 나서 전시장 입구에서 잔잔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분께 인사를 했다.
16일 ‘추기경 김수환 선종 2주기 기념 특별사진전’이 열린 대전 둔산동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전시실을 찾은 시민들은 사진속 김 추기경이 웃고 있으면 미소를 짓고, 고뇌하는 표정 앞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전시회는 ‘꿈, 그리고 부르심’, ‘세상 속 교회’, ‘가난한 이들과 살고 싶었는데…’, 이 땅에 평화를’, ‘영원히 당신과 함께’등 5개 주제로 나눠 120여점의 사진이 선보였다.
전시장 들머리, 교복입은 개구장이 김 추기경과 1960년대 후반 마산교구장 시절 어린이들과 함께 한 추기경이 유치원생 모자를 쓰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진은 관람객들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1950년대 독일 유학시절 열차 앞에 선 김 추기경은 백범 김구 선생을 닮았다. 이어지는 흑백사진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민주화세력,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섰던 추기경의 고뇌가 생생하다.
편서인(66)씨는 ‘이들을 연행하려면 나를 밟고 가시오’라는 제목의 흑백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이 사진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으로 피신한 시위대와 만나는 김 추기경을 담았다. 머리띠를 두른 청년들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오는 김 추기경의 표정은 시대에 대한 착잡함과 안타까움, 분노 등으로 결연하기 까지 하다. “존경합니다. 이런 분이 또 어디 있겠어요? 축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씰을 선물받고 좋아하는 추기경, 우리말 빵을 한봉지 사들고 입을 가린채 수줍게 웃고 있는 추기경, 그네타며 환하게 웃음짓는 추기경은 영락없는 혜화동 할아버지 모습 그대로다.
사진전을 찾은 유지은, 정혜미(16·신탄진중 2)양은 “추기경님이 좋은 일은 너무 많이 하신 분인걸 알게 됐다”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 삶을 돌아 볼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다.’ 추기경의 말씀 옆에는 1975년 서울 목동 재개발 판자촌 주민들을 방문했던 사진이 걸렸다. ‘가난한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 다녔지만 그들과 진정 삶을 나누지는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한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마애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추기경은 부처를 닮았다. 생전에 종교를 가리지 않고 세교를 나눴던지라 이 사진전이 문을 연 지난 15일에는 가톨릭 뿐 아니라 불교, 기독교인들도 함께 자리해 추기경을 기렸다. 천주교 대전교구 바오로 신부는 “가장 높은 곳에 계셨으나 가장 낮은 자세로 모든 이를 섬기고, 시대를 고민하고 끌어 안은 한국사회의 어른이셨다”며 “그분의 마음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삶의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김 추기경은 2009년 16일 오후 6시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향년 87살로 선종했으며, 장기기증을 실천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전을 찾은 유지은, 정혜미(16·신탄진중 2)양은 “추기경님이 좋은 일은 너무 많이 하신 분인걸 알게 됐다”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 삶을 돌아 볼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다.’ 추기경의 말씀 옆에는 1975년 서울 목동 재개발 판자촌 주민들을 방문했던 사진이 걸렸다. ‘가난한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 다녔지만 그들과 진정 삶을 나누지는 못했음을 부끄러이 고백한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마애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추기경은 부처를 닮았다. 생전에 종교를 가리지 않고 세교를 나눴던지라 이 사진전이 문을 연 지난 15일에는 가톨릭 뿐 아니라 불교, 기독교인들도 함께 자리해 추기경을 기렸다. 천주교 대전교구 바오로 신부는 “가장 높은 곳에 계셨으나 가장 낮은 자세로 모든 이를 섬기고, 시대를 고민하고 끌어 안은 한국사회의 어른이셨다”며 “그분의 마음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삶의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김 추기경은 2009년 16일 오후 6시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향년 87살로 선종했으며, 장기기증을 실천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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