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락
볼리비아 장관이 ‘사본’ 선물
“가시밭길 체의 삶 깊이공감”
스페인어 원전 국내 첫 번역
“가시밭길 체의 삶 깊이공감”
스페인어 원전 국내 첫 번역
[이사람]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 완역한 김홍락 대사
외교관과 혁명가의 만남. 왠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조합이다. 그래서 지난 1월31일 ‘어느 혁망가의 최후’란 부제를 달고 나온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학고재)는 의외였다. 옮긴이가 바로 현직 볼리비아 주재 한국대사이기 때문이다.
김홍락(59·사진) 대사는 체 게바라(이하 체)가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투쟁을 시작한 1966년 11월7일부터 체포되기 하루 전인 이듬해 10월7일까지 쓴 일기를 316쪽의 단행본으로 엮어냈다.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운 번역도 의외다. ‘스페인어판 난중일기’를 읽는 듯하다. 짧은 호흡의 글은 체의 숨결을 그대로 살렸다.
마침 본부 회의 참석차 서울에 와 있는 김 대사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체에 대해선 잘 몰랐다. 우연히 현지 신문을 보다 체를 알게 됐다. 나하고 ‘행적’이 비슷한 것 같아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보게 됐다”고 그 첫 인연을 소개했다.
오랫동안 체를 모르고 살아왔다는 김 대사가 일기를 옮겼다는 것 또한 의외다. 외시를 합격한 뒤 스페인 외교관학교를 나온 그는 칠레·멕시코·파나마·미국 등지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그에게 체는 ‘의미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뒤늦은 인연은 2003년 그가 과테말라에서 근무하면서부터였다. 53년 7월, 중남미의 불평등한 사회구조 개혁이라는 이상에 불타고 있던 체는 두번째 중남미 여행길에 볼리비아에서 5개월 동안 머문 뒤 과테말라로 건너갔다. 그렇게 50년의 시차를 두고서 김 대사는 체와 조우한 것이다. 2008년 그는 자원외교 강화 방침의 일환으로 10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임무를 띠고 볼리비아로 부임했다. 체가 마지막 숨을 거뒀던 땅을 밟은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볼리비아 외무장관한테서 올리브그린 색깔의 배낭 속에 든 ‘선물’ 하나를 받는다. 2008년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체의 볼리비아 일기 사본이었다. “한번 번역해보고 싶었습니다. 정치적인 고려 같은 건 없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서서 불평등한 사회를 바로잡아 보겠다고 투신했던 체의 삶이 제 맘에 들었나 봅니다.”
번역은 첫 부임지인 칠레에서부터 다져온 스페인어 실력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재밌게 해서 그런지 석달 만에 끝냈다”고 말했다. 스페인어로 된 체의 볼리비아 일기의 한글 완역은 처음이다. 일본어로 된 일기를 번역하거나 영어로 된 체의 평전에서 일기의 일부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을 뿐이다. 김 대사는 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이후 홀연히 볼리비아 땅으로 건너가 가시밭길을 택한 체의 삶을 좋아한다. 그는 앞으로 볼리비아인들의 삶을 다룬 책도 써볼 각오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사진 외교부 제공
번역은 첫 부임지인 칠레에서부터 다져온 스페인어 실력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재밌게 해서 그런지 석달 만에 끝냈다”고 말했다. 스페인어로 된 체의 볼리비아 일기의 한글 완역은 처음이다. 일본어로 된 일기를 번역하거나 영어로 된 체의 평전에서 일기의 일부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을 뿐이다. 김 대사는 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이후 홀연히 볼리비아 땅으로 건너가 가시밭길을 택한 체의 삶을 좋아한다. 그는 앞으로 볼리비아인들의 삶을 다룬 책도 써볼 각오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사진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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