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승객 불탄전동차에 목숨맡겨
기관사·철도공사 화재인지시점도 갈려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로 기록될 뻔했던 서울 지하철7호선 화재사건으로 도시철도공사쪽의 승객들에 대한 안전조처 여부와 화재 감지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60여명의 승객이 탄 전동차는 철산역에 들어서는 순간 7번째 객차에 불이 났지만, 사고 전동차는 불이 난 객차를 비롯해 6, 8번째 객차 등 3개 객차 안에 있던 승객 20여명만을 철산역에 내려놓고 다음역인 광명사거리역까지 그대로 내달렸기 때문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전동차가 철산역에 진입하던 순간인 3일 오전 7시14분 화재 경보장치가 울려 철산역에 6~8번째 객차 승객들을 대피시켰고, 7시17분께 다음역인 광명사거리역에 도착해 나머지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뒤 역무원 3명이 불을 껐다고 밝혔다. 비록 3분간의 차이지만 1~5번째 객차 안에 타고 있던 40여명의 승객들은 사실상 불타던 객차를 매달고 달린 전동차에 목숨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사고 전동차는 화재 직후 객차에 대피방송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뒤늦게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내린 승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도시철도공사가 2003년 3월 펴낸 <종합안전방재 표준처리절차>(SOP)의 ‘열차 화재발생시 조치요령’에는 ‘상황이 접수된 직후부터 5분 이내에 현장확인과 안내방송 등 승객대피 유도, 비상문 개방, 진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불이 난 전동차는 애초 철산역에서 이런 조처 없이 광명사거리역으로 달렸으며, 이후에도 불씨를 완전히 없애지 않은 채 천왕역을 거쳐 온수역으로 가는 바람에 10여분간 뒷부분 6~8번째 객차 안팎을 모두 태우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기관사는 조사받은 광명경찰서에서 “철산역을 지난뒤 직선 구간을 달리면서 뒷쪽 객차에 불이 난 것을 알았고, 선로 중간에 전동차를 세울 수 없어 광명사거리역까지 내달려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사령실쪽은 객차 안에는 자체 화재경보기가 없어 기관사가 불이 난 사실을 모른 채 철산역을 출발했다가,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열차 출발뒤 남은 연기 때문에 경보가 울려 사령실에서 기관사에게 통보해 광명사거리역에서 승객들을 대피시켰다”는 엇갈린 주장을 펴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박주남 조사과장은 “일단 불이 나면 정차 직후 모든 승객들을 대피시킨 뒤 운행을 해야 한다”며 “대피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점 등을 볼때 기관사가 불이 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불타는 전동차가 그대로 내달린 까닭은 불이 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명/김기성, 이형섭 유선희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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