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추적댄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주변에서 택배일을 하는 양아무개(41)씨가 오토바이 뒤에 실은 짐을 고정하려고 끈으로 묶고 있다. 이승준 기자
시민들 표정
7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에 일본 원전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섞여 들었을 수 있다는 우려에 온 국민이 우산 속으로 움츠러들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승환(31)씨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평소와 다르게 이날은 차를 몰고 출근했다. 최씨는 “다른 직장인들도 차를 몰고 나온 탓인지 도로는 평소 비 오던 때보다 더 막혔다”며 “거리에는 커다란 우산에다 비옷까지 챙겨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게임업체에서 일하는 김아무개(31)씨는 “비 때문에 회사 건물 안에서 라면 등 간단한 식사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근심이 더 컸다. 학교에는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의 휴교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교문 앞은 자녀들이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게 하려는 부모들이 몰고 온 승용차로 혼잡했다. 서울에서 보험 영업 일을하는 권승욱(49)씨는 늘 몰고 다니던 차를 아내에게 맡기고 외부 약속도 미뤘다. 권씨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3학년 아들들이 비를 맞을까봐 아내가 차를 운전해 등교를 시켰다”며 “정부가 처음엔 방사능 오염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등 오락가락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시휴업이나 단축수업을 한 학교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지역에서는 유치원 84곳, 초등학교 41곳, 중학교 1곳 등 126곳이 휴업·휴원했다. 유치원 6곳, 초등학교 20곳, 중학교 17곳 등 43곳은 단축수업을 했다. 전북지역에선 초등학교 4곳이 휴업하고, 6곳이 단축수업을 했다. 제주·전남·광주·강원 등의 교육청도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을 결정하도록 했으나 학교에 전달된 정보는 없어 학교마다 주위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또 휴업 결정을 학교장 재량에 맡기면서, 학부모들이 휴업 여부를 확인하느라 혼란을 겪었다.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의 휴업 문의 전화가 잇따르자, 학교들에선 교육과학기술부나 기상청이 팔짱을 낀채 휴업 여부 등의 결정을 일선 학교에 미룬 것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왔다. 경기 성남 보평초등학교 서길원 교장은 “학부모들이 방사성 비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어떻게 해야 할지 행동지침이 없어 학교마다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선 이날 새벽 내린 빗물에서 평소보다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농·수·축산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일반 농가들에 농산물 수확을 일시 중단하도록 했다.
각종 행사도 잇따라 취소됐다. 충북도교육청은 이날 청주와 보은 등에서 치를 예정이던 40회 충북소년체전 축구·야구예선경기를 8일로 연기했다. 광주에서는 이날 개막 예정이던 봄꽃축제 일정이 일주일 연기됐다.
광주/안관옥 기자, 박현정 기자, 전국종합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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