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인사 영입·M&A 주목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 대출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정관계 비리로 수사의 외연을 확대하고 나섰다. 그동안 불법 대출을 둘러싼 그룹 내부의 의혹을 규명하는 데 공을 들여온 검찰은 핵심 임원들을 무더기로 구속한 뒤, 불법 대출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금융권과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지난 13일 이 그룹 대주주와 임원, 계열사 대표 등 모두 10명을 구속했다. 박연호 그룹 회장과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김태오 대전상호저축은행장, 강성우 부산저축은행 감사 등이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주주에 대한 대출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대주주의 친인척 등을 바지사장으로 동원해 불법 대출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부실 대출 규모가 4조~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기획재정부 출신 등 금융계 인사 8명을 사외이사와 감사로 영입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 등이 불법 대출을 공모하는 것을 눈감아주거나 금융감독기관 고위층을 상대로 감사 무마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검 관계자는 “정관계 로비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2008년 부실 덩어리였던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실 저축은행이 양산되자 대형 저축은행에 인수를 권유해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검찰은 대전과 전주저축은행이 자기자본비율 5% 미만으로 ‘적기시정조처’ 단계였는데도 부산저축은행이 이들 저축은행을 떠안은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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