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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SDI, 해직자 몰래 뒤쫓다 ‘덜미’

등록 2011-04-14 20:44수정 2011-04-15 08:22

신조직문화사업국 직원들, 노조추진 노동자 미행
회사쪽 “사내 기밀문서 유출 조사하다 빚어진 일”
삼성에스디아이(SDI) 직원들이 이 회사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미행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 13일 밤 0시50분께 충남 아산시 음봉면 ㅅ아파트 앞 도로에서 ×× 20×5호 승용차가 삼성에스디아이 해직 노동자 김아무개(47)씨를 승용차 보닛에 매달고 운행하는 것을 택시운전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승용차 운전자 강아무개(33)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중이다.

김씨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맞서 노조를 결성하려다 2000년 해고된 뒤 12년째 복직 투쟁과 노조설립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경찰에 입건된 강씨 등은 삼성에스디아이 신조직문화사업국 소속 직원이다.

김씨가 14일 <한겨레>에 밝힌 당시 경위는 이렇다. 12일 밤늦게 충남 천안시 두정동 식당에서 전 직장 동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13일 0시께 승용차를 운전해 귀가하는데, 승용차 1대가 김씨를 뒤쫓아왔다. 심야에 천안~아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대부분 빠르게 달리는데, 이 승용차는 김씨 차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또는 빠르게 뒤따랐다. 미행당한다는 의심을 품은 김씨는 도로 옆 ㅅ아파트로 들어간 뒤 시동을 끄고 의자를 뒤로 젖힌 뒤 운전석에 누운 채 밖을 살폈다. 뒤따르던 승용차가 ㅅ아파트로 들어왔고, 조수석에서 한 사람이 내려 김씨 차량을 살피다 누워 있던 그를 발견하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바로 차에서 뛰어내려 미행하던 차량을 가로막고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왜 미행했냐”고 소리쳤다. 그러나 강씨 등은 보닛을 잡고 있던 김씨를 떨어뜨리려는 듯 급발진과 급제동을 하고 좌우로 차를 흔들며 운전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씨는 보닛을 더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때마침 지나던 택시운전사가 경찰에 신고하고 미행차량을 가로막아 강씨 등 2명을 붙잡을 수 있었다.

김칠준(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미행한 이들의 소속부서인 신조직문화사업국은 노조설립 등을 감시하기 위한 부서로 알려져 있다”며 “삼성에스디아이 쪽의 불법 사찰 사실이 드러난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에스디아이 이경상 홍보팀장은 “직원들이 사내에서 기밀문서를 출력한 사원 ㅊ씨의 뒤를 밟던 중 ㅊ씨가 천안의 식당에서 한 남자를 만나는 것을 보고, 이 남자가 공범일 것으로 생각하고 뒤쫓다 빚어진 일일 뿐 해직 근로자를 사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팀장은 “ㅊ씨가 출력한 기밀문서는 13일 새벽 회사 안에서 발견해 회수하고 이와 관련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ㅊ씨가 만난 남자가 해직 근로자 김씨인지는 진상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을 뿐 사건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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