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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목도리 할머니’ 철거 위기에 눈물

등록 2011-04-22 08:16수정 2011-04-22 10:08

2008년 12월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한테서 목도리를 선물로 받고 있는 박부자 할머니. 이 일을 계기로 박씨는 ‘목도리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청와대기자단
2008년 12월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한테서 목도리를 선물로 받고 있는 박부자 할머니. 이 일을 계기로 박씨는 ‘목도리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었다.청와대기자단
노점 박부자 할머니의 호소
2년전 MB 찾아와 목도리 건네
가락동 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10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판
“없는 사람 너무 살기 힘들어
여기서만 내비뒀으면 좋겠어”
“아이고~ 없는 사람 너무 살기 힘들어. 내 딸딸이(바퀴가 두 개 달린 작은 수레)를 직원들이 가져가 버렸어. 왜 가져가느냐고 항께 이름을 안 써놔서 그랬다고. 나는 몰랐다는디 안 줘. 팔려던 우거지도 박스째 가져가 버렸어. 농산물을 다 포장헌게 시래기 주울 것도 없어. 박스랑 신문지도 줍고 그랴. 시래기 줍는 할머니들 많이 쫓겨났어. 나한테 그러지는 안 하는디 나가라는 분위기여.”

지난 20일 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근처에서 만난 박부자(76) 할머니는 여전히 눈물 흘릴 일이 많아 보였다. 2008년 가락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품에서도 그는 하염없이 울었다. 박 할머니는 당시 대통령에게 목도리를 선물받아 ‘목도리 할머니’로 불렸다. 그런 박 할머니도 머지않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판이다. 오는 6월부터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공사는 2018년까지 계속된다.

대통령을 만난 뒤에도 그의 어려운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살고 있다. “하루에 2만원씩 벌어서 전기세, 물세도 내고 그랑께. 중매인들이 주울 것이 생기면 날 불러. 그래서 내가 살아. 그냥 여기서만 내비뒀으면 좋겠어.” 생계 수단을 잃을까 걱정하는 이는 박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가락시장 안에는 채소 등을 떼어와 노점이나 좌판을 해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인이 500여명에 이른다. 이날 낮, 곧 공사가 시작되는 구역인 남1문으로 들어서니 60~70대 할머니들의 노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팔순이 넘은 한 할머니는 자신의 키 반만한 배추 두망(한망에 배추 4포기, 3천원)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이가 다 빠져 발음이 새는 할머니에게 가족이 없느냐고 묻자 금세 서러운 눈물을 훔쳤다. “저 건너에서 혼자 세 살어. 세. 자리를 자꾸 뺏아가 저짝에도 있다 이짝에도 있다 그래. (여기서 장사 못하게 되면) 어디로 갈까 몰러.” 이곳에서 6년간 장사를 했다는 50대 노점상도 걱정을 털어놨다. “걱정이 많아. 나가야 된대. 아직 쫓겨난 건 아니지만 불안하지. 이 나이 돼 내가 무엇을 하겠어.”

북문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70대 중반 할머니는 공사 때문에 장사를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노인네들 살아 있을 때 살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악수하면 뭐하고, 목도리 주면 뭐할 거야. 도매 떼어다가 소매하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해. 자식 거두느라 노후대책 못 해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야.”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쪽은 “정비가 거의 완료돼 노점상들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사가 진행되는 곳에서는 장사를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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