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춘옥(53)씨
권춘옥씨 ‘위탁모의 날’ 수기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권춘옥(53·사진)씨는 조만간 ‘세살배기 늦둥이 딸’ 혜미를 미국으로 떠나보내야 한다. 혜미가 그의 품에 안긴 건 2008년 겨울. 태어난 지 한달 반쯤 됐을 때였다. 이미 성인이 된 아들과 중학생 딸이 있던 권씨는 혜미가 새 부모를 만날 때까지 ‘위탁모’를 자청했다. 2006년 7개월간 맡았던 첫 아이를 캐나다로 보낸 뒤 너무 허전해 새 아이를 맡았단다.
택시 운전을 하는 남편과 그가 틈틈이 동네 마트에서 일하며 꾸리는 살림이지만 아이들을 돌보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2009년 급작스럽게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권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위탁모를 하려면 서울에 가서 정기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아들 간병을 해야 하니 부담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혜미가 낯가림이 너무 심해서, 내 살을 만져야 잠이 드는데…. 안쓰러워서 못 보냈죠.”
이제는 가족이 돼버린 혜미를 보내지 않기 위해 입양을 고민한 적도 많다. “그런데 우리 부부 나이가 많잖아요. 아이 장래를 생각하면 욕심이죠.”
대한사회복지회는 18일 오전 ‘위탁모의 날’ 행사를 열어 전국 200여명의 어머니들을 위로했다. 이날 권씨는 혜미와 추억을 담은 수기를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1800명 이상이다. 여전히 국외 입양비율이 40%가 넘는다. (02)552-7739.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대한사회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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