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조카회사 지분 인정못해” 파기환송
미납 추징금 200여억원 환수 늦어질 듯
미납 추징금 200여억원 환수 늦어질 듯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카 호준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자신의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낸 소송에서 노 전 대통령을 실질 주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 120억원으로 설립된 조카의 회사를 되찾아 미납 추징금을 내겠다고 했으나, 조카와의 재산 분쟁을 둘러싼 소송이 꼬이면서 남은 추징금의 추심이 쉽지 않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후 120억원을 동생 재우씨에게 줘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하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재우씨의 아들 호준씨가 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28억9000만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노 전 대통령이 실질 주주가 아니다”며 각하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과 동생 재우씨가 자녀들의 재정 기반을 마련하려고 공동소유의 회사를 설립·운영하기로 합의한 점이 인정된다”며 각하 판결을 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6일 “노 전 대통령이 주식 50%를 소유한 실질주주”라고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재우씨에게 건넸다는 120억원은 애초 대선 지원 등을 위해 재우씨를 통해 조성한 불법 자금으로 회사설립을 전제로 해 교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가가 앞서 1999년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단순히 빌려줬음이 인정돼 반환 판결이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추심이 차질을 빚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후 조성한 비자금이 들통나 모두 2628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는데, 그동안 2344억여원(89%)를 냈고 200여억원의 추징금은 미납된 상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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