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보수언론 ‘이상한 논리’
학교 잘못을 학생에 떠넘겨
“대졸자만 폭증” 주장도
학벌사회 근본원인 무시 탓
학교 잘못을 학생에 떠넘겨
“대졸자만 폭증” 주장도
학벌사회 근본원인 무시 탓
불과 2~3일 만의 일이다. 반값등록금을 자신 있게 내걸었던 한나라당 지도부가 언어를 골라 쓰기 시작했다. 22일 ‘무상 혹은 반값, 최소한 반값’(황우여 원내대표)이었던 표현이 24일 ‘반값 아닌 등록금 부담 완화’(이주영 정책위의장)로 바뀌더니, 25일엔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황 원내대표)로 다시 변했다. 갈수록 발언 수위가 낮아지는 모양새다.
반값등록금을 반기지 않는 당내 일부 세력과 보수언론의 반발이 작용한 탓이다. 가장 목소리가 큰 반대논리는 ‘반값등록금=부실대학 지원 정책’이란 주장이다. 보수진영은 “반값등록금은 학생 수조차 채우지 못하는 부실대학을 국민 세금으로 먹여 살리자는 것”이라며 “부실대학 정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대학의 잘못을 학생들에게 묻는 꼴이다. “차라리 부실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등록금을 깎아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게 솔직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들은 “정말 대학 개혁을 원한다면 오히려 세금을 투입해 대학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값등록금은 ‘적립금을 쓰지 않는 구두쇠 대학들’을 지원하는 최악의 세금낭비란 주장도 마찬가지다. 박정원 상지대 부총장(경제학과 교수)은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둔 채 등록금만 올리는 폐단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면서도 “적립금을 이유로 학생들의 고통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체 대학들의 적립금 총액은 10조원 가량으로 한해 등록금 총액(약 14조원)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반값등록금이 대졸자를 폭증시켜 청년실업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논리까지 등장했다. 대학 진학률이 79%(2010년 통계청)인 현실에서 등록금 지원은 학생 수 증가와 취업경쟁만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대학진학률을 높이는 결정적 변수는 싼 등록금이 아니라, 대학 못 간 자를 차별하는 ‘학벌사회’ 때문이란 게 정확한 지적이다. 한국의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부실대학 양산의 진짜 책임은,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 개정에는 반대하고 ‘대학 자율’이란 명목으로 등록금 인상을 방치한 세력한테 있다”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등록금 인하에 따른 대학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며 기여입학제 도입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김 연구원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부실대학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반값등록금을 무산시키고 사학재단에 유리한 법 개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 자체도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불과 2조~2조5000억원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장담하고 있다. 재원 규모상 소득 하위 50% 학생만 혜택을 주기로 한 방침을 두고 ‘사이비 반값등록금’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B학점 이상 학생을 지원 대상으로 하면 성적 미달 학생들은 등록금뿐 아니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지원 대상(B학점 이상)에서도 제외되는 ‘이중차별’을 당하게 된다. 이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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