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호 회장 핵심 측근 밝혀
“유상증자 과정서 비자금 조성”
“유상증자 과정서 비자금 조성”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미국의 부동산 신탁회사를 통해 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지난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이 그룹 오너의 핵심 측근에게서 나왔다.
박연호(61·구속 기소) 회장의 핵심 측근인 ㅇ씨에 따르면, 김양(59·구속 기소) 부회장은 2006년께 미국에 부동산 신탁업체인 ㅇ사를 설립했다. 명목으론 현지에서 부동산을 소유한 고객들을 유치해 이들이 맡긴 부동산을 개발·관리한 뒤 이익을 분배한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ㅇ사를 세우면서 부산저축은행의 대출과 지인들의 투자금 등 모두 1000만달러(원화 107억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ㅇ사의 운영 전권을 행사하면서 현재 400만달러(원화 43억원)의 투자금만 남았고, 나머지 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김 부회장은 미국으로 유학 보낸 아들을 ㅇ사에 취업시켜 월급을 받게 하는 등 이 회사의 자금을 사실상 사금고처럼 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ㅇ씨는 또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도 전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대주주인 박 회장 등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려고 부족한 자금 100억원을 외부에서 빌리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햄튼이란 업체에 법인 자금 100억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로 있던 골프장 시행사 ㅌ건설 대표이사인 정아무개(49·불구속 기소)씨에게 손을 뻗쳤다. 햄튼의 실질적 소유자인 ㅈ씨는 정씨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김 부회장은 부산저축은행이 ㅌ건설 대주주인 점 등을 내세워 정씨에게 ㅌ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시가 130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 50구좌를 햄튼에 담보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 ㅌ건설은 결국 햄튼이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에게 빌려주는 100억원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130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햄튼에 넘겼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은 당시 담보와는 별도로 대주주들의 가족 20여명이 연대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담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ㅇ씨는 “담보 명목으로 ㅌ건설에서 햄튼에게 양도된 130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 이외에 별도로 20억원이 김 부회장에게 전달됐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김 부회장이 당시 이 돈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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