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도피 ‘정치권 마당발’
김양 부회장과 연결된 뒤
여권쪽 실세들에 다리 놓아
못잡으면 수사 미궁 우려도
김양 부회장과 연결된 뒤
여권쪽 실세들에 다리 놓아
못잡으면 수사 미궁 우려도
거물급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태규(72·해외 체류 중)씨의 행방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 수사의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검찰로선 과거 대형 비리 사건에서 브로커 노릇을 한 핵심 인물들이 해외로 잠적해 버리는 바람에 수사를 말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경험이 있어, 박씨 신병 확보가 남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경남 출신으로 부산에서 건설업을 했던 박씨는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주로 정치권에서 브로커로 활동하며 여야 정치인은 물론 각 언론사 정치부 출입 기자들과도 마당발 인맥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법조계·재계 고위 인사들과도 심심치 않게 교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아는 ㄱ 의원은 “언론사 기자들과 술자리에 두 번 정도 동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설이 흘러나온 지난해 7월께 김양(59·구속 기소) 부회장과 선이 닿았다고 한다. 당시 또다른 브로커 윤여성(구속)씨의 로비가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자 다급해진 김 부회장이 박씨를 수소문해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이 그룹과 여권 실세들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서도 소문난 브로커답게 자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철저히 신분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박연호(61·구속 기소) 회장 등 이 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4월12일 캐나다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고 한다.
박씨를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과 줄이 닿은 정치권 인사는 여권 실세인 ㅇ 의원과 청와대 고위인사인 ㄱ씨다. ㄱ씨는 김양 부회장과도 여러 차례 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구명 로비 정황을 잘 알고 있는 이 그룹의 한 인사는 “박씨는 김 부회장과만 접촉해서 다른 임원들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김 부회장에게서 ‘박씨에게 세자릿수 이상의 돈이 건네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부회장은 퇴출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구명 로비와 관련해) 박씨를 끝까지 믿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과거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에서 핵심 브로커를 놓쳐 수사를 미궁에 빠뜨린 선례가 있다. 2003년 현대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때는 현대그룹이 북한에 넘기려고 마련한 ‘150억원+알파’를 관리한 인물로 지목된 김영완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이 돈의 행방을 끝까지 파헤치지 못했다. 2001년엔 이른바 ‘진승현 비리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전 엠시아이코리아 회장 김재환씨가 해외로 도주해 몸통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대검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 경우 큰 건은 박씨가 전부 다했다. 박씨가 잡히지 않으면 구명 로비의 전모를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필 노현웅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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